더듬더듬 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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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더듬 벌덕
박영수
광합성에 인색한 뿌리식물들은
생존본능이 강하다
눈이 침침하다
부릅뜬 눈앞에 부릅뜬 낙엽들이
연신 바삭거린다
속삭이듯 드러눕고 귓속말로 병합한다
저들끼리 시끄럽게
바람 따라 숨고 있다
나 또한 생존을 위해 흐늘흐늘 어지럽다
울긋불긋 붉음이다
녹음이 시야를 가리고
풀 향이 미간을 희롱한다
누군가 말했던가? 멈춰야 보이는 것들
삐그덕, 무릎을 부잡고 앉아 차분을 꽃피운다
맥박이 광합성이다
잎맥이 혈관에 우거져 털썩 주저앉자
낙엽들 우는 소리 요란타
신라 왕관 같은 이파리가 눈앞에 곧추 서 있다
그 넓은 산자락에서
돋보기를 가져다 댄 듯
네 잎 보라 빛 연한 줄기가
손끝 그리고 안경 낀 노안의 두 눈을 간질이고 있다
1시간 동안이다
캬라멜 맛의 뿌리식물을 다져 구워먹고
저녁 내내 식물이 되어가고 있다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신라 왕관 같은 이파리
멈춰야 보일...궁금타 ㅎ
시제가 탐나는 글입니다
말 없음표로 묵묵히 좋은 그대
늘 편한 날 되세요^^☆
이시향님의 댓글

시의 향기 채널로
7692 분께 포스팅합니다.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요즘 광합성하는 나무들 덕에 온 세상이 초록입니다
조용조용 이 봄의 가운데를 걸으셨군요
다음 모임에서는 꼭 뵙기를요. 시인님
이시향님의 댓글

시의 향기 채널로
7692 분께 포스팅합니다.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