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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더듬 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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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53회 작성일 23-04-19 22:18

본문

더듬더듬 벌덕

박영수

 

 

광합성에 인색한 뿌리식물들은

생존본능이 강하다

눈이 침침하다

부릅뜬 눈앞에 부릅뜬 낙엽들이

연신 바삭거린다

속삭이듯 드러눕고 귓속말로 병합한다

저들끼리 시끄럽게

바람 따라 숨고 있다

나 또한 생존을 위해 흐늘흐늘 어지럽다

울긋불긋 붉음이다

녹음이 시야를 가리고

풀 향이 미간을 희롱한다

누군가 말했던가? 멈춰야 보이는 것들

삐그덕, 무릎을 부잡고 앉아 차분을 꽃피운다

맥박이 광합성이다

잎맥이 혈관에 우거져 털썩 주저앉자

낙엽들 우는 소리 요란타

신라 왕관 같은 이파리가 눈앞에 곧추 서 있다

그 넓은 산자락에서

돋보기를 가져다 댄 듯

네 잎 보라 빛 연한 줄기가

손끝 그리고 안경 낀 노안의 두 눈을 간질이고 있다

1시간 동안이다

캬라멜 맛의 뿌리식물을 다져 구워먹고

저녁 내내 식물이 되어가고 있다

추천0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라 왕관 같은 이파리
멈춰야 보일...궁금타 ㅎ
시제가 탐나는 글입니다
말 없음표로 묵묵히 좋은 그대
늘 편한 날 되세요^^☆

이시향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향기 채널로
7692 분께 포스팅합니다.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광합성하는 나무들 덕에 온 세상이 초록입니다
조용조용 이 봄의 가운데를 걸으셨군요
다음 모임에서는 꼭 뵙기를요. 시인님

이시향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향기 채널로
7692 분께 포스팅합니다.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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