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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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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05회 작성일 23-06-14 15:14

본문

각뿔

                                       /장승규



한나라 동중서*는 

하늘은 

강한 이빨을 준 자는 뿔을 제거했고

날개를 달아준 자는 두 발만 주었다는데


이빨은 두 군데나 이미 갈아끼운데다 

아랫니 하나는 얼마 전에 뽑았으니

누굴 한 번 꽉 깨문 적 없고


그렇다고 뿔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발은 두 개인데, 날개는 없으니

살면서

뛰는 놈 위에 날아 본 적 없고


어릴 적, 어머니 말 안 들은 것이 생각나서 

혹시나 엉덩이 슬쩍 만져보니

뒤로 튀어나온 건 없다


오라

각뿔 대신에 성질머리 받았나

아내는 늘

내 성질머리 지적질이다



*동중서: 한 무제때 시인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3.6.09)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마을 동인방에
시가 올라오지 않아서
성질머리 한 번 부려본다.

남아공으로 돌아온 지 벌써 보름이라
여름에서 겨울로 오니
시마을 동인방만큼이나 여기는 을씨년스럽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하늘이 준 건 날개도, 뿔도 아닌 성질머리 – 장승규의 〈각뿔〉을 읽고
장승규 시인의 〈각뿔〉은 고전과 일상의 경계를 능청스럽게 넘나들며, 자조와 유머로 삶의 무게를 가볍게 던지는 시다. 시의 제목 ‘각뿔’은 본래 수학적 도형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짐승의 뿔’과 인간 내면의 본성, 또는 억눌린 욕망을 상징하는 언어로 변용된다. 이 시는 세상의 질서, 인간의 조건, 가족 내 역할, 그리고 자신의 결핍과 성격까지를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짧은 시 안에 고전 인용과 현대적 자아성찰, 그리고 부부의 일상까지 유쾌하게 압축돼 있다.

“한나라 동중서*는 / 하늘은 … 뿔을 제거했고 / 두 발만 주었다는데”
시인은 고대 중국의 유학자 *동중서(董仲舒)*를 불러오며 시를 시작한다. 고전 속 인물을 인용하는 방식은 시를 격조 있게 여는 동시에, 독자에게 묘한 거리감을 준다. 그러나 이 인용은 곧 유쾌한 자기 고백의 바탕이 된다. ‘하늘은 강한 자에게 균형을 부여한다’는 동중서의 관념은, 현대인의 무기력한 자기 인식과 대비되며 풍자적으로 사용된다.

“이빨은 두 군데나 이미 갈아끼운데다 … 누굴 한 번 꽉 깨문 적 없고”
이어지는 대목은 ‘이빨’을 상징으로 한 현실 자조다. 물리적인 약함을 넘어서, 누구를 향해 제대로 저항하거나 공격해본 적이 없는 삶의 태도, 혹은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온 생애의 풍경이 느껴진다. 시인은 자신이 ‘강한 존재’가 아님을 알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체념과 너그러움이 깃들어 있다.

“그렇다고 뿔이 있는 것도 아니고 … 뛰는 놈 위에 날아 본 적 없고”
이 시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이다. 뿔도 없고, 날개도 없으며, 뛴 자들 위에 날아본 적도 없다. 뿔은 공격성의 상징, 날개는 초월과 자유의 상징이다. 시인은 이 둘 모두 자신에게는 없다고 고백하면서도, 그 문장의 톤은 결코 비참하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고, 심지어 익살스럽다. 이것이 장승규 시인의 시적 미덕이다—삶의 결핍조차 웃음으로 감싸 안는다.

“어릴 적, 어머니 말 안 들은 것이 생각나서 … 튀어나온 건 없다”
어릴 적 말 안 들은 벌로 혹시 뿔이라도 났을까 엉덩이를 만져보는 장면은 이 시의 하이라이트다. 유머와 체념, 회상과 자학이 동시에 터지는 순간이다. 결국 "튀어나온 건 없다"는 결론은, 자신에게 특별한 운명이나 능력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시인은 웃음을 참지 않고, 그 웃음이 시 전체의 정서를 따뜻하게 만든다.

“오라 / 각뿔 대신에 성질머리 받았나 / 아내는 늘 / 내 성질머리 지적질이다”
결국 시인은 신이 준 건 뿔도, 날개도 아닌 **‘성질머리’**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성질머리마저도 늘 지적당하는 현실. 이 마지막 대목은 자아에 대한 풍자이자, 부부 생활에 대한 해학적 고백이다. ‘각뿔’의 상징은 여기서 마침내 ‘인간의 성정’으로 환원되며, 시는 일상과 철학을 한데 웃음으로 녹여낸다.

마무리
〈각뿔〉은 장승규 시인 특유의 유머 감각과 성찰적 시선이 잘 드러나는 시다. 그는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그것으로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는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시인의 여유, 그리고 그런 결핍을 사랑으로 품는 시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 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는 뿔도, 날개도 없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웃으며 속삭인다:
"없으면 어때, 성질머리라도 있으니."

한인애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인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시인님,
모든 시가 너무 좋습니다.

어쨌거나 아내 사랑이네요,

지는 노을 함께 바라보는
친구만 있다면....

두분의 아름다운 우정,
너무 아름답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인애 시인님
여기도 다녀가셨군요.

아내가 함께하니, 모든 게 고맙지요.

시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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