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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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희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대추를 한입 아삭, 하고 깨물면 햇살과 바람과 달빛들이 입안에서 회오리 쳐요. 사과처럼 붉고 예쁘지도 알밤처럼 둥글고 단단하지도 않아서 마당가나 텃밭 언저리에 시집 간 누이처럼 서 있지만요, 가을이면 주렁주렁 쏟아지는 햇살을 독차지하는 나무도 드물거예요. 사실 대추가 주렁주렁 달리고 붉으스름하게 익으면 꼭 몽둥이로 털어야 다음해 더 많이 열린다는 속설때문에 가을이면 늘 몽둥이로 맞는 처지지만요, 그 작은 몸안에서 햇살은 타원형으로 여물고 바람은 쭈글거리며 뾰족하게 늙어가요. 주름이 온통 전부일때 맛은 더 달지요. 그래도 과일 중에 단 하나의 씨앗을 품은 일이 흔한 일 아닌 것 다들 잘 알죠?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요즘 저녁 산책하다 보면 제일 먼저 반기는게 대추걸랑요
슬쩍 하나 따 앗따거 어두워 가시에 찔리지만서도
입 안에서 그 향기가 맴도는 아마 성영희 시인님 시 읽으려고
대추 서리했는가 봅니다
대추보고 그냥 지나치면 빨리 늙는다지요
잘 읽었습니다
김용두님의 댓글

요즘 대추는 크기가 자두만 하더라교요^^ 품종이 뭔지,,,
대추나무 속에 숨은 이미지를 멋지게 보여 주시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성영희 시인님^^
서피랑님의 댓글

주름이 온통 전부일때 맛은 더 달지요,
역시 감성을 흔들고 가시네요 ㅎㅎ
대추에 풀어놓은 가늘이 참 붉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시인님의 단맛 한입 깨물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쭈글해진 주름을 드러내고 크게 웃어 보았습니다. 단맛보다 더 달았습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대추축제에 어제 갔다왔는데 미리 시를 읽고 갔으면 좋았을걸 합니다 잘 지내시죠
허영숙님의 댓글

몸집에 비해 씨의 크기는 압도적이지요
대추에 들인 햇살 만큼이나 잘 익은 대추 입니다
무르익은 대화들 만나서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