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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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낙엽이 나무에게
책 한 권의 내력을 가졌을 법한 오래된 나무들이 오후를 졸고 있네요
바닥에는 한 계절 이름값 하느라 흩어져 흔들리던 잎들이
족보도 촌수도 없이 서로 얽히고설킨 후에야 결속을 지녔습니다
푸를 때는 바람도 밀어내시더니
지금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쓸고 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아슬아슬한 조바심에 서로의 근황을 묻고 있는데요.
스침과 쓸림 사이에 계절을 이렇게 허물어 버리시다니
사무치게 쓸쓸해지는 것은 바람 뿐만은 아닙니다
햇살의 마음이 옮아와
바닥에 내려와서야 온도를 지녔습니다.
누가 덮고 자더라도 서리쯤은 거뜬하게 막아주겠다는 마음을 읽은 청설모 한 마리
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아무도 살피지 않는 계절, 살기 위해 버린 잎들은 다 잊어버리고
날아갈 듯 날아가지 못하고 날개만 퍼덕이고 있는
이파리 몇 장 겨우 붙들고
나무는 또
어찌 지내시는지요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올해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2018년의 다짐을 아직 다 이루지 못했는데 어제의 일처럼 한 해가 지나고
또 새로운 선물이 문앞에 있습니다
2019년에도 좋은 일 많으세요 ^^
임기정님의 댓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들에게
저 또한 어찌 지내는지
근황 물어봤는데요,
허영숙 시인님이 쓴 시하고
똑같데요
2018년 참으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시마을 위해 애써주시는 그 마음
고맙고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욕
문정완님의 댓글

이름 지워도 허영숙표 담박에 알겠습니다
잘 감상헸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나무는 또
어찌 지내시는지요,
서정이 참 곱고 정겹습니다,
멋진 결구...
성영희님의 댓글

청설모도 뒤꿈치 들고 조용히...
시인님의 따듯한 마음이 포착한 명문장이네요.
부산엔 한파가 좀 덜하려나요.
겨울 잘 지나시고 꽃피는 계절에 꽃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