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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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성영희
통도사에서 내려오는 길, 늙은 소나무 한그루
길 건너편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다.
터널이라도 만들 요량인지
중간쯤에서는 부드럽게 휘어져 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들은
다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구불거리는 산길 어디쯤에서 만나는 불빛
그 불빛을 기점으로 되돌아가자는 의견과
계속 넘어가자는 의견이 대립하는 것도
어떤 팽팽한 힘이
밀고 당기는 정점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험이란 모자란 것을 미리 알고
슬쩍 밀어주는 것이 아닐까
저 소나무가 건너편으로 자꾸 기우는 것도
늙은 나무의 득도일 것이다.
문 밖의 시간을 채근하여
우주의 중심을 분간할 수 있게 하는 소나무
정점이란 비어있는 쪽으로
슬그머니 무너져 주는 자비라는 듯
긴 허리 뻗어 슬몃,
터널을 만들고 있다.
2018 창간산맥 겨울호
성영희
통도사에서 내려오는 길, 늙은 소나무 한그루
길 건너편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다.
터널이라도 만들 요량인지
중간쯤에서는 부드럽게 휘어져 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들은
다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구불거리는 산길 어디쯤에서 만나는 불빛
그 불빛을 기점으로 되돌아가자는 의견과
계속 넘어가자는 의견이 대립하는 것도
어떤 팽팽한 힘이
밀고 당기는 정점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험이란 모자란 것을 미리 알고
슬쩍 밀어주는 것이 아닐까
저 소나무가 건너편으로 자꾸 기우는 것도
늙은 나무의 득도일 것이다.
문 밖의 시간을 채근하여
우주의 중심을 분간할 수 있게 하는 소나무
정점이란 비어있는 쪽으로
슬그머니 무너져 주는 자비라는 듯
긴 허리 뻗어 슬몃,
터널을 만들고 있다.
2018 창간산맥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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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내리막길의 시작으로 보지 않고 슬그머니 무너져주는 자비의 눈으로 보시는 시인님의 시안은
역시 노송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배려해주시는 시인님과 노송은 닮았습니다. ㅎ
서피랑님의 댓글

통도사 소나무 휘어진 허리...
시를 읽으며, 시 속에 든 마음이
너무 편안하여 즐겁습니다.
세상의 다툼이 잠시 넋 놓고
이 시를 읽기를
임기정님의 댓글

역시
역시나
시인님의 시는 편히 읽히면서도
그림이 그려집니다,
엄지 척
잘 읽었습니다.
성영희 시인님
성영희님의 댓글

다녀가신 시인님들 고맙습니다.
동인방 지킴이
이종원시인님
서피랑시인님
임기정시인님
만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저도 며칠 전 통도사에 다녀 왔습니다.
통도사 소나무 자태가 멋지지요
몸을 친친 감는 안개 속에 서서
나무와 마음을 겨루었습니다^^
늘 좋은 시 주셔서 이 방이 훈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