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족(足足) 붙어있는 자산어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머리에 새끼 키우는 교육열을 보셨는가,
위험하다 생각하면 곧바로 주변 색을
갈아치우는 것은 모계생존방식
비늘 없고 가시 없다고 미천하다 여기신다면
두족류(頭足類)에 대한 먹물 같은 오해
머릿속에서 이미 머리를 가르쳐
한 머릿속을 다 배우고 나서야 뭍에 오르니
이는 열혈극성을 갖고 있다는 뜻
그들의 교육열에 비하면 뱃속 태교는 얼마나 미진한가,
봄 주꾸미는 왁자한 어족이다.
그 중 별미라는 알,
혹자들은 이를 일러
밥알 이라고도 사리 같다고도 하는데
그것은 동종에서도 가장 치열한 주꾸미의
훈육을 저도 모르게 다그친 맛
유연한 근본과 본능적 접력
이때다 싶으면 순식간에 불을 끄는 능수능란
이처럼 고매하고 뛰어난 교육이 어디 있을까
알의 후계는
거스르지 않는 바다의 이치
때가 되면 질퍽한 속살도 훤히 내보이는
밀물과 썰물의 교훈 아니겠는가,
위장전입도 물개 즙도 필요 없는
외계생명체 같은 주꾸미의 외계학습법
준어(鱒魚) 취급으로 붙어있는 자산어보 한 장이
빨간 고무 통 안에서 족족(足足),
발화(發花)중이다.
월간 <모던포엠> 2019년 2월호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시제도 독특하고 시도 쫄깃...
머리에 새끼 키우는 교육열이라니,
스카이캐슬도 울고 가겠습니다. ㅎ
이종원님의 댓글

발표하시는 시마다 책에 담길 정도의 내력을 담고 있습니다.
늘 쉬지아낳고 애써 도전하시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동 받습니다.
건강하시고 설날도 기쁨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쭈꾸미의 계절이 문살을 두들기네요
시가 침샘을 자극하네요
19년은 보폭의 행로를 건강 쪽으로 틀어
날마다 울울창창 푸르르길 바래요
임기정님의 댓글

굿
굿이야요
그래서
엄지척 했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영희 시인님
활연님의 댓글

우화등선하듯이
시에도 날개가 돋아 높이 치솟는 것 같습니다.
깊은 사색과
촘촘한 의미론.
허영숙님의 댓글

긴 말 하지 않고도
마음에 착착 감기는 시, 언제나 감사하게 읽습니다
새로운 자산어보^^
성영희님의 댓글

다녀가신 시인님들 고맙습니다.
겨울 잘 건너시고 꽃 필적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