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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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식탁
별들은 말라가도
하루에서 일 년, 길게는 수십 광년을 돌고 도는 식탁이 있어요
다트처럼
다이어트가 필요한 날이면 하루 한 끼 식사를 은하에 띄우고
또 다른 별들을 염탐하다가 날카롭게 손톱을 뜯기도 하지요
지상과의 간극이 너무 멀어 눈 하얀 백야가 되었다가
빛으로 부서지거나 바람에 실려 꽃을 피우고
비와 눈 속에 뼈대를 만들어 뼈 깊은 말을 쏟아 붓기도 해요
생의 궤도에서 벗어난 일탈은 스캔들의 위험에
머리를 숨겨요 블랙홀처럼
서로 말라가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사라지는
외로운 궤도를 뒤적거리다 별 볼 일 없이 물 한 모금, 하지만
어느 정복자의 한 끼 식사가 되어도 좋을 것 만 같은 날이
빨리 왔으면 하지요 새끼 잃은 낙타의 눈빛으로 별들을 바라보면
사막에 덮인 묘 자리 또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팝콘 같은 구름과 버터 같은 바람 속에서 툭툭 부풀어 오르는
스타, 식욕을 뜸 들이는 시간 속 시간
공전하는 식탁 안에서 별들은 어둠을 먹고 어둠은 또 다른 빛을 해산하고
그 환한 식욕이 지상으로 쏟아져요
별 중에는
태양을 피하는 법을 아는 별도 있어요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ㅎㅎ
재미있는 시를 쓰셨군요.
잘 보고갑니다.
잘 지내시죠?
임기정님의 댓글

별들의 식탁을 읽으며 저도 꼽싸리
ㅎㅎㅎ
요즘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별 보기가 힘들었는데
박커스님 시 읽으며 별 마음껏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

별들의 식탁에 시 언저리를 먼 발치에서 맴도는 인공위성인 저도
가끔 초대받고 싶군요
강화도 하면 생각나는 분
동인모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될 날이 있겠지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태양을 피하면 멸滅하는 일 밖에 없는데
어찌 피한데요
언젠가 별을 맛나게 튀겨먹고 싶은데
그런 날을 위해 히말라야로 가야할지 몽골 초원으로 가야할지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일일 것같아 막연하나마 떠나기를 꿈꿔봅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숙제 하시느라 고생하셔요 ^^
그래도 이 숙제가
잠깐 이라도 짬을 내어 시를 들여다보게 하네요
좋은 시 탐독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