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 바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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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바람길
바람을 생각하다 바람길로 접어들었다 내 바람은 늘 상투적이고 내 것이 아니라 낯설어 문장이 되지 못하였으므로 곁에 두지 못했다
다짐은 비켜서서 머뭇거렸으며 내가 아닌 네가, 우리가 되었다
바람은 바람을 불러왔고 모처럼 함께 가기로 했다 짧지 않은 길이었기에 몇 마디, 다소간의 대화가 필요하지 싶어 먼저 인사를 건넸고 그도 눈빛으로 답하기에 호기롭게 손을 내밀었으나 마음처럼 손을 잡아주지는 않았다
손은 일방적인 내 뜻이었을 뿐 그의 의사는 아니었으니
길은 한참이나 남았고 걸음은 느려지고 소나무 숲길인데 왜 바람길일까?
바람이 솔가지를 흔드는 건지
솔가지가 바람을 일으키는 건지
짧은 의문에 답을 찾으려 걸을수록 바람은 고개를 흔들었다 멈추어서 심호흡을 한다 비로소 바람이 생겨났다 바람이 바람의 손을 잡는다
바람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다 비구는 없고 비구니와 보살만 있다는 금남의 땅인가 했더니 비구는 없어도 처사는 지천이니
바람이 인다 남녀가 있는데 어찌 바람이 없겠는가! 여기서도 일고 저기서도 일고 예제서인다 바람이 바람의 간을 본다 제법 묵직하다
바지랑대를 곧추세운다 바람이 살랑거린다
바람이 촛불을 켠다 나는 없고 연등에 매달린 바람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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