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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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서사
최정신
전 년 봄 일이다
매년 햇 봄을 서둘러 마중하며
주홍색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군자님 소식이 깜깜했다
기다리던 내 목이 짧아
흙 아래까지 닿지 못했나 싶어
잎을 들추니 딴살림을
무려 네 집이나 꾸린다
꽃살이라고 쉽기만 하겠나
단칸 살림에 꽃대 올릴 여력이 있었겠나 싶다
돌아보니 성년이 된 자식들
분가 내기도 쉬운 일 아니었지
윗집 옆집 아랫집 살림 내주느라
다친 상처가 안쓰러워
내년 봄 눈 맞춤 하자 쌀뜨물로 달랬다
올봄 소담스레 올리는 꽃살림,
나누고 나니 더 큰 행운이 온다는
진리를 몸소 일러 준 군자님도 가고
봄도 떠날 때를 알고 미련 없이 떠난다
최정신
전 년 봄 일이다
매년 햇 봄을 서둘러 마중하며
주홍색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군자님 소식이 깜깜했다
기다리던 내 목이 짧아
흙 아래까지 닿지 못했나 싶어
잎을 들추니 딴살림을
무려 네 집이나 꾸린다
꽃살이라고 쉽기만 하겠나
단칸 살림에 꽃대 올릴 여력이 있었겠나 싶다
돌아보니 성년이 된 자식들
분가 내기도 쉬운 일 아니었지
윗집 옆집 아랫집 살림 내주느라
다친 상처가 안쓰러워
내년 봄 눈 맞춤 하자 쌀뜨물로 달랬다
올봄 소담스레 올리는 꽃살림,
나누고 나니 더 큰 행운이 온다는
진리를 몸소 일러 준 군자님도 가고
봄도 떠날 때를 알고 미련 없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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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아따!
군자란이 번창했네요.
꽃살이라고 쉽기만 하겠나.
맞아요.
우리네 살림도
예전엔 대부분이 단칸 살림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