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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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0건 조회 1,649회 작성일 16-03-09 11:49본문
비밀의 집 / 조경희
나는 떠돌이 길고양이
오래된 비밀 하나 알려줄까
주인 없는 이 집 주인은 따로 있지
밤이면 벽에 걸린 액자 속 풍경이
거실로 걸어 나와 주인 행세를 하고
죽은 영혼이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네
별이 빛나는 밤이면 빈센트 반 고흐가
탁자에 앉아 테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뭉크가 절규를 하네
나는 울음주머니를 뚝 떼어 신(神)에게 바치는 대신
그 댓가로 영혼의 눈을 얻었지
두 눈에 불을 켜고 어두운 구석을 서성이노라면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일상처럼 눈앞에 펼쳐지네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소녀가 기지개를 켜다
손을 흔들며 내게 아는 체하고
뜨개질하던 여인은 루시퍼, 루시퍼
다정한 눈빛으로 내 이름을 부르네
소녀의 가족은 늙지도, 키가 자라지도 않네
태풍이 몰아치는 밤이면
액자 속 출렁거리던 파도가 거실로 흘러넘쳐
낡은 피아노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기도 하고,
날이 밝으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돌아와 있네
아아, 나는 당신의 귀여운 고양이
내가 끔찍이 사랑했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네
그림 수집가인 그는 이 집의 정체가 세상 밖으로 드러날까 두려워
안으로 문을 걸어잠그고
더 깊은 어둠속으로 몸을 숨기네
딱히 갈 곳 없는 나와 내 친구들은
먼지 쌓인 그림을 감상하거나 해묵은 잡지를 읽으며
그림자처럼 이 집을 떠도네
밤안개 자욱한 밤이면 비로소 현관문을 열고 나와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명 앞을 서성이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은 오늘도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네.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시장을 둘러보는 듯, 영화감상을 하는 듯, 옛날 얘기를 듣는 듯 천양지차의 매직을 보는 듯,
떠돌이 길고양이 앞에서 다소곳이 풀어가는 비밀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합니다
비록 다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벽면이 있다해도 호기심을 유발한 나는 그 집 근처를 자주 맴돌곤 할 것 같습니다
곧 주인을 만나겠지요....
상상을 자극하는 좋은 집!!! 잘 발견하시고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다가다 만날 지도 모르겠네용!!!!~~~~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양이가 들려주는 비밀스런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셔서 감솨^^
반가운 분이 제일 먼저 발걸음 해주시니 영광입니당
건강히 잘 지내시다가
봄 모임때 반갑게 뵐게요 이종원 샘!!!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양이 눈으로 보는 사내와 세상의 이야기, 우리가 고양이를 보듯 고양이가 보는
인간의 세상은 또 이러하지 않을까 싶네요.
발상이 참 좋습니다.
어제는 아파트에 떠 도는 길 고양이가 안쓰러워
박스를 하나 슬쩍 곁에 두었더니 첨엔 안들어가더니
오늘 아침 보니 들락날락 하고 있네요
주민들께 이 박스 치우지 말라고 박스에 메모해두었는데
혼날 것 같은 예감 ^^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양이를 통해 비밀스런 얘기 한번 세상에 슬쩍 알려보고 싶었습니당
울 허영숙 시인님께서는 마음이 따스해서
길고양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죵
따뜻한 집을 얻었으니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겠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
날마다 행복 가득한 나날 되시고요*^^*
이경호님의 댓글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루시퍼님 방가워요^^
이미지 이벤트 하시느라 심의하시느라 시 올리시느라
일 하시느라 정신없는 걸 보니 저도 정신이 쑥 빠집니다.
이미지 행사 기간은 맘이 참 부산스러워요.
낭창낭창한 스무 살 여류시인 작품 잘 보고 갑니다^^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현로 사시는 분이 여기까지 행차해주시공
아고 무한 감사하여랑
이번 이미지는 최정신 시인께서 수고해주셨답니당
열심히 올려주시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있습니당
창작방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시니
활력이 넘칩니다
좋은시 마니 쓰셈^^
香湖님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밀의 집은 뭐가 비밀이드래요
정말 비밀이 있긴 있드래요
괜히 있는 척 하는기 아니래요
액자 속 파도가 흘러 넘치고 피아노가 떠다니고 산발한 여자가 텔레비젼 속에서 기어나오고
오매 무서운기 있기는 있네ㅎㅎ
가끔 말고 자주 뵙기를 청하옵니다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집에 사는 가족은 사람일까요, 귀신일까요
알려고 하지 마세요
너무 많이 알면 다쳐욧 ㅋㅋ
자주 와서 인사드리겠습당
휴일, 편안하시고요^^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술관 벽에 걸린 명화가 연상되는 텍스트...
귀여운 고양이가 그린 그림치고는 고가의 경매로 팔리겠네요.
이 시 은유와 병치가 굿...부신햇살 같은 오후 되길...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목을 그림이 걸려 있는 집으로 하려다가
비밀의 집으로 했는데, 더 두고보다가
제목을 수정할수도 있습니다 ㅎㅎ
고우신 발걸음 감솨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시죠^^
현상학님의 댓글
현상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닷가 미술관, 하나 보고 있는 듯 합니다. 파도소리만 들렀다 그림을 감상하고 돌아가는
그 노인의 바닷가 미술관,을 짓는다면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돈 벌면 바닷가에 미술관 하나 지을까요
파도소리도 들리고 운치 있을 듯 합니다
갈매기도 초대해야겠네요
오늘도 파이팅 하십시오^^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득 함석헌의 "골방" 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누구도 내 방 속의 골방속 이야기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조 시인님...시가...
아련합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조경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벽에 걸린 그림과 액자속 가족들이
밤이 되면 살아서 이 집의 주인이 된다고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유쾌한 하루 여십시오^^
산저기 임기정님의 댓글
산저기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토토로 한 번 보고
이 시 한 번읽고
토토야
너도 진정 니가 주인이라 여기냐
물었더니
야옹 그러네요
고양이는 자신이 최고이라 생가하지요
자신이 주인이라는
잘 읽고 갑니다
조경희님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루시퍼랑
임기정 시인님 토토랑 친구맺어주면 되겠네요 ㅎㅎ
야옹
야옹
이뿐고양이들....
파이팅 하는 한 주 되시고요^^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란 일케 통통 튀어야 하는데
내 고흐에 관한 시는 징징 울고만 있었으니,
고흐는 많은 시인에게 사의 영감으로 조리되었지만
이 시 좋네요...
상상의 나래가 폭 넓고 깜찍해서 감상 후 기분이 UP
조경희님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밖에는 봄이 한창인것 같아요
선유도에서 함께 느끼게 될 봄이 기대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당
박일님의 댓글
박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믐나무님의 댓글
그믐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소녀의 가족은 늙지도 키가 자라지도 않네...많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