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우물 맛있나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962회 작성일 17-04-19 13:36본문
우물우물 맛있나요
성영희
여든다섯 어머니는 잇몸운동론자예요
가지런한 새 이도 마다하시죠
그렇다 보니 가장 맛있게 드시는 건 우물우물 이죠
어머니의 모든 음식에는 우물우물이 들어있어요, 함구
입을 열 면 다 달아나고 말까 봐
이 빠진 잇몸이 문턱을 만들었어요
뚝뚝 끊어지는 말
뭉툭한 말들이 빠져버리더니
언제부턴가 쭈물쭈물도 더해져서
바람 빠진 입술, 꼭 움막 같아요
우물거린 말은 거의 다
목구멍으로 다시 넘어가요
입속에서 오래 우물거리다 보면
단맛 쓴맛 다 빠져버린 밍밍한 맛
욱여넣듯 꿀꺽 삼켜요
누군들 이 밍밍한 맛을 좋아할까요
성근 말은 이제 핀잔을 부른다는 것쯤은 다 알아서
속말 되어 넘어가요
어머니는 말을 할 때도 잇몸으로 해요
가시가 다 녹을 때까지
성급히 넘기거나 내뱉지 않고
맨 마지막으로 맛없는 것을 꾸욱, 삼켜요
그 옛날 잇몸으로 태어난 내가 그랬을까요
아기처럼 자꾸 뒷걸음치는 어머니
둥개둥개 눈 맞추면
얼굴에는 달처럼 환한 우물 하나 떠올라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우물우물 번지다 쭈물쭈물 몰락해요
잇몸뿐인 저 입에
나의 빈 젖을 물리고 싶어요
계간 <다층> 2017년 봄호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곤소곤 ^^
저도 하얀 이 깔아봅니다. ㅎ....
어머님 생각도 잠시 하고 가네요...
건강하세요...
성영희 선생님
잘 감상했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가 우물우물 맛나서 몇 번을 곱씹고...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물우물
참 가슴에 와 닫습니다.
우리의 이야기 때문에
우리가 나이 들면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우물 우물이 더 와 닫는가봅니다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시원 하게
들이킨 물맛이라 할까요?
잘 마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