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고문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상쾌한 고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83회 작성일 17-07-25 16:59

본문

상쾌한 고문

 

 

 

취조실은 조금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아늑한 연분홍 조명 탓인지 조금 따스하기까지 한

무엇부터 털어놓아야 할까 생각하다가

가슴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는 비명부터 뱉었다

 

취조실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고문관은 당연하다는 듯 개의치 않았다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고

무엇에 대하여 집요한 추궁도 없이

다만 마디를 늘이고 근육을 풀어놓을 뿐

스스로 자백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

 

울퉁불퉁하던 보도블록을 다시 반듯하게 정리해 놓고 비분을 물어보듯

얼핏 보아서는 누가 누구를 고문하는지 알 수 없다.

깊고 짧은 기압과 자백만 간간이 이어질 뿐 암실로 침묵만 둥둥 떠다녔다

 

고문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고문관의 뼈가 나의 살을 찢고 들어왔고

퉁겨지는 나의 뼈가 고문관은 물컹한 살을 파고들었다

하마터면 고문관의 능숙한 솜씨에 첫사랑을 불끈 털어놓을 뻔했다

당황한 고문관도 당황한 듯 자신이 뱉은 기압을 주섬주섬 챙겨

자세를 바꿨다

 

이제 오장육부는 내 것이 아니다

고문관의 춤사위에 맞춰 스텝을 밟고 있다

손가락이 두개골을 뚫고 들어와 기억의 아픈 버튼 하나씩

삭제하고 있다

늑골 아래 숨었던 버튼마저 찾아 끈다

고드름처럼 역으로 자라던 기억들이 모두 사라진 머릿속으로

작은 신음이 메아리로 되받아치며 돌았다

 

고문관이 원했던 것이 나의 통증이었는지 몰라

구석구석 알뜰하게도 털리고 보니 구름 위로 몸이 뜬다

이제껏 챙긴 것이 너무 많은 고문관의 걸음이

비틀거리고 있다




2017 6  발표시

추천0

댓글목록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석구석 알뜰하게도 털리고 보니 구름 위로 몸이 뜬다/
들고 있는 것보다 놓는 것이 힘들지요
다 털렸으니 가뿐하겠습니다
연일 폭염이 고문을 하는군요
쨍쨍한 볕에서 텃밭 농사 짓느라 수고 많습니다
더위에도 시를 놓지 않는 오시인님
화이팅 하세요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문중 상쾌한 고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날씨가 더운게 아니고 뜨끈합니다
건강 꼭 챙기셔요 꼭이요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상쾌한 고문에 동승하고 싶어 뒤늦게 들어섰습니다
어둠에 익숙하지 않아 잠시 눈치를 보고 있지만, 곧 동공이 확장되는 순간
상쾌함이 폭죽처럼 터져오지 않을까 기다려 봅니다. 형님!!! 오랫만입니다.

Total 808건 5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08
자폐증 댓글+ 6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5 0 07-20
607
오동집 댓글+ 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5 0 04-19
열람중
상쾌한 고문 댓글+ 4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4 0 07-25
605
소리굽쇠 댓글+ 7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3 0 12-24
604
겨울 숲 댓글+ 10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3 1 12-03
603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1 0 05-24
602
폭설 댓글+ 12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8 0 11-24
601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0 07-17
600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4 0 07-09
599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4 3 11-14
598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3 0 03-08
597
경산역 댓글+ 16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2 0 12-19
596
꽃 진다 댓글+ 9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2 1 06-05
595
회전목마 2 댓글+ 10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0 0 07-20
594
로드킬 댓글+ 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9 0 07-10
593
시간 자판기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9 1 12-12
592
이동 만물상 댓글+ 6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7 0 06-29
591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1 0 04-19
590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6 1 10-20
589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3 1 05-16
588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3 1 05-24
587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4 0 06-04
58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2 0 09-05
585
여우 선생님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0 0 03-09
584
등꽃여인숙 댓글+ 10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9 0 12-27
583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9 0 04-28
582
꿈틀, 댓글+ 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7 0 09-30
581
댓글+ 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7 1 10-17
580
묵시적 계약 댓글+ 7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0 06-14
579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5 2 05-03
578
월척을 꿈꾸며 댓글+ 10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0 06-26
577
구멍들 댓글+ 1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2 1 12-24
576
소롯길 댓글+ 8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1 01-31
575 박광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8 0 03-23
574
해녀들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8 0 09-21
573
댓글+ 6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8 0 11-16
572
사랑 댓글+ 7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7 0 02-01
571
약단밤 댓글+ 8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5 0 05-06
570
순간의 꽃 댓글+ 9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2 0 05-31
569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0 0 12-14
568
수컷들 댓글+ 10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9 0 06-22
567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9 0 06-30
566
벽화 댓글+ 7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7 0 06-28
565
댓글+ 7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7 0 11-28
564
나의 비문- 댓글+ 7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5 0 06-16
563
근황 댓글+ 5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5 1 12-20
562
산양 댓글+ 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4 0 06-04
561
아담스애플 댓글+ 3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3 0 05-08
560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1 06-10
559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1 2 07-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