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을 순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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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141회 작성일 15-10-22 17:19본문
칠월을 순지르다
열대성 고기압이 아지랑이 도는 콩밭. 아무리 순을 쳐내도 쑥쑥 자라는 한낮의 더위처럼 웃자란 칠월이 콩밭을 에워싸고 있다.
칠월은 일 년 중 가장 빠른 달
잘려나간 것들은 금세 시들지만 남아있는 것들은 햇살을 묻혀 부지런히 열매를 수습한다. 키가 낮아진 고랑 꼬투리 안에서 말똥말똥 영그는 콩은 아직 철을 몰라서 철없는 눈.
나는 푸른 잎겨드랑이에서 총상화서(總狀花序)로 피었던 나비. 저 작은 방안에서 옹기종기 칠월을 자랐고 새까만 콩알처럼 뛰쳐나갈 때만 기다렸었다. 자를수록 웃자라던 내 칠월은 엄마의 가을을 송두리째 뽑고 날아난 바람 쓰러진 계절, 꽃이 피기도 전에 도복(倒伏)할까 두려웠던 엄마는 아플 줄 알면서도 웃자라는 내 순을 조심스럽게 잘라주고 지지대를 세웠다.
찌는 콩밭 고랑에서 잘린 채 숨죽이는 어린 순들을 보면 꽃눈으로 깜박인 풋 시절이 아슴하다.
웃자란 순을 지르고 나니 한결 가지런해진 칠윌의 텃밭처럼 매미소리 베개 삼아 더위를 순지르는 늙은 엄마의 짧은 오수가 목하, 가지런하다.
2015 농어촌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야무진 작품...
농어촌 문학상.....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문사들...물경 1,570 여편의 시 중.....당선된 작품...
여기서 봅니다.
늙은 엄마의 오수.......
좋습니다.
산저기 임기정님의 댓글
산저기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좋은 시에 머물 수 있게 해 주셔서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뼈대가 탄탄한 좋은 시 한 편 읽습니다
상 받은 것 다시 한 번 축하드리구요
또 좋은 사람을 만나서 더 기쁜 모임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뵙기를 ^^
박해옥님의 댓글
박해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심사위원들의 내공이 보입니다
참 좋은 글이네요
성영희시인님 이번에 만나서 반가웠어요^^*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낭독의 낭랑한 목소리가 숨죽이게 만들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심혈을 기울여 직조하신 좋은 시 한편이 수상의 기쁨까지 가져다 주었네요..
동인으로 같이 나눈 시간과 마음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인디고님의 댓글
인디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참 시가 좋습니다 순지르다...옥의 티라면 도복, 오수, 목하 바꿀 수 있다면 이 시가 참참참 좋은 시가 되리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동인도 아닌데 댓글 달았으니 누가 된다면 삭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