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하역장-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나가사키 하역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816회 작성일 17-12-01 09:06

본문

나가사키 하역장/장 승규

 

이른 가을의 안색이 안 좋다
처음으로 찾은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초입에 서니
원폭에서 살아남은
사지가 멀쩡한 흑백사진 한 장이 낯을 가린다
안색이 변한다. 차츰 흐려진다
나를 아는 듯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나가사키 역전, 그 하역장엔 눈이 내리고
멀리 화차에서 연신 가마니를 받아 내리는 
젊은이
쌀가마니에 무심히 내려앉는 눈을 함께 받아 내리고 있다
고향에서 왔을지 모른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해마다 아버지는 공출을 냈다. 쌀가마니를
진삼선 화차에 실어보내곤 했다
눈이 내릴 즈음에

이제 자료관을 돌아나와
폭심지 인근에서 먹는 짬뽕, 아린 기억이 난다
고향 쌀맛이 난다



**2017.11 일본 규슈지역에 단체여행을 갔다.
관광버스가 나가사키로 간다는데
눈물이 났다. 그치질 않고 창피하게 한참을 났다. 이 시는 여기가 1차 시발점이다 
나가사키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나가사키는 내가 어릴 적에 내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있는 곳이고
내 젊은 아버지가 흑백사진 안에 있는 곳이고,
귓바퀴가 벌겋게 부은 역전이 있고, 
실루엣으로만 알아보는 시커먼 탄광이 있고,
1944년생 내 형님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어찌 내 아버지만의 이야기가 있는 곳일까
힘없는 내 민족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우리 민족 앞에 다시는 
훗날 역사에서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없도록 해야겠다.

내 고향 사천에 진삼선이란 철길이 있었다.
그 길로 
조선의 많은 쌀이
조선의 젊은 사람들이
그 길로 가야 했다.
그 길 끝에 항구도시 삼천포가 있었다. 아니, 나가사키가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돌아온 사람이 있다지만,
쌀은 한 톨도 돌아온 쌀이 없다.

나가사키에서 떠나는 길에 점심으로 먹은 짬뽕
그 맛이 어땠을까?



추천0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마니를 받아 내리는
젊은이
이마져도 나였을지 모를 아픔을
쉬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고 새겨야 겠지요..
춥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가사끼는 잘 다녀오신 것 같은데
덤을 하나 얹어 오셨네요.
고뿔에는 나가사끼 짬뽕이 얼큰하다는데
얼른 밀어내시고 고국에 계시는 내내
건강하십시요
스치듯 한 인사 얼마나 여운이 남는지
무진장 반가웠습니다. 장남제시인님

이명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명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쌀가마니에 무심히 내려앉는 눈을
함께 받아 내리고 있다

아픈 역사도, 기억도... 돌아보면
무심히 내려앉는 눈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남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시인님
나였는지도 모르지요

임기정님
나가사끼는 잘 다녀왔는데요
감기기운을 얻엉왔네요.ㅎ

이명윤님
언제나 좋은 시 즐감하고 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 시간이 추보식 걸음하다가
축지법으로 시간을 요약하는 듯합니다.
지구는 상처투성이이고, 인간은
잔혹한 동물이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랜 시간을 환기해도 시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시공이 손아귀에 있어서, 많은 파고를
함축적으로 읽었습니다. 남은 여행
아름답게 여울지시기를...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 이국에 삶의 둥지를 틀었음은
운명의 파고에 휩쓸린 노정이겠으나
마음 속 깊은 여울엔 남강의 꽃고무신이 떠가고
누이의 살가운 눈길이 그리움이겠으니
잠깐의 여정에서도 향수어린 애잔이 흐릅니다
잘 가시고 꽃피는 봄날 벗꽃피듯 오세요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먼곳에서 오셔서 밥을 사시는 시인님 거듭 밥 잘 먹었습니다 인사드립니다
근래 올리신 시편 잘 감상했습니다 언제나 항상 건강하십시오

장남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지문같은 것이겠지요

최시인님
내년 봄에 다시 뵐게요.
이번 방문에서도 번개에 자주 참석해 주시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문정완님
자주 밥 사드릴게요 ㅎ
고맙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흑백사진은 나가사키에서 보아야 제대로 가슴에 스며들것만 같습니다.
사진에서 끌려온 아픈 영혼들을 위한 쌀밥 한그릇 올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장의 시는 그런 힘이 있음을 다시 느끼며, 놓치지 않은 시인님의 눈빛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여깁니다.

Total 808건 1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08
겨울장미- 댓글+ 3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0 01-21
307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4 0 12-04
306
갯마을- 댓글+ 4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4 0 01-12
305
첫눈의 건축 댓글+ 14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9 0 12-05
304
여의도 바람- 댓글+ 9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8 0 12-07
303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4 0 12-07
302
풀잎아씨- 댓글+ 8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4 0 12-21
301
김 씨 댓글+ 13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9 0 12-08
300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12-13
299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 0 12-14
298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1 0 12-15
297
수묵화- 댓글+ 3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9 0 12-18
296
우울의 풍경 댓글+ 17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0 0 12-20
295
나목 댓글+ 9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5 0 12-20
294
발굴 댓글+ 9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 12-21
293
필생의 호흡 댓글+ 11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1 0 12-22
292
첫 임플란트- 댓글+ 7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4 0 12-23
291
꽃의 원주율 댓글+ 17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8 0 12-23
290
고사목 댓글+ 9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0 12-22
289
소리굽쇠 댓글+ 7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4 0 12-24
288
등꽃여인숙 댓글+ 10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0 0 12-27
287
박*수 댓글+ 7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2 0 12-28
286
새해 아침에 댓글+ 4
박광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8 0 01-02
285
아 ~ 봄 댓글+ 7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6 0 01-03
284
낯선 섬- 댓글+ 5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6 0 01-05
283
민들레 유산 댓글+ 5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6 0 02-23
282
지붕문서 댓글+ 7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8 0 01-30
281
어긋난 사랑 댓글+ 13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0 0 02-01
280
사랑 댓글+ 7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0 02-01
279
희망봉- 댓글+ 7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0 02-03
278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5 0 02-05
277
우수雨水 댓글+ 4
박광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0 02-21
276
가을비 댓글+ 2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0 0 02-09
275
텃새 댓글+ 3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9 0 02-19
274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5 0 02-09
273
엄니의 흔적- 댓글+ 6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6 0 02-26
272
그의 각도 댓글+ 4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0 0 02-26
271
엇노리 댓글+ 9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4 0 02-27
270
봄, 본제입납 댓글+ 7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9 0 05-09
269
함박눈 필법 댓글+ 7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0 04-24
268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4 0 04-23
267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 0 04-25
266
적的 댓글+ 4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6 0 08-14
265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3 0 05-12
264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0 08-21
26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5 0 05-22
26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 07-31
261
싸리꽃 피다 댓글+ 5
박광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3 0 07-07
260
섬진강 댓글+ 7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 0 05-23
259
공손한 손 댓글+ 8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7 0 05-2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