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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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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23회 작성일 18-12-29 10:30

본문

좁교

 

 성영희



오색 깃발을 지나면서 꽃길이려니 했다.

번식은 빈번한 실족이려니 했다.

설산이 아래로만 흐르는 짐승이라면

마을의 호흡으로 태어난 좁교는 무더운 짐승이다.

한 마리의 냉온을 분리해서 만든 짐꾼들

히말라야쿰부에 가면 궁극을 타전하는 동물이 있다.

태생胎生이라는 것이 때로 난생卵生이나 화생化生보다도 비루해서

번식의 본능마저 거세당한 당초의 멍에는

평생 멍에를 얹고 산다.

 

흔들리는 다리. 펄럭이는 룽다*

바람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태우지 않는 바람의 말,

발굽소리만 요란하게 협곡을 내달린다.

소리만 남기고

형체는 세상 밖으로 날아간다.

 

티벳 사람들은 고산과 평지의 교배라는

이중적 동물을 만들어 히말라야를 오른다.

등에는 오로지 짐,

허공 한번 치받지 못하는 측은한 뿔

설산은 매일의 고행이려니 했다.

 

사람의 숨소리로 살구꽃 피고 지는 마을

몸이 곧 짐이라는 듯

살구나무아래 좁교가 꿈속이려니 쉰다.

 

*하양 빨강 초록 파랑 노란색의 오색 깃발, 티베트어



        2018 <대일문학> 21호


추천1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생 잔등에 짐 실고 히말라야를 올라야 하는
좁교의 삶
가슴에 찡하게 와 닫습니다,
늘 좋은 시로 다가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옥필하세요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짐승이라죠.
인간의 이기로 태어난 좁교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너무 안타까워요.
지난 한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새해 좋은 일만 넘치길 바라요. ^^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좁교, 시로 만나니 뜨겁습니다.
성시인님 눈빛처럼 차분하고
잔잔한 서술을 따라 걷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시, 많이 만나게 해주십시오~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좁교를 쓰면서 참 많은 고민을 했었지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평생 멍에만 얹은 가여운 동물에 대해
시를 쓸 자격이 있는가 하고요.
시인님도 좋은 시 많이 낳으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요.^^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티벳 사람들은 고산과 평지의 교배라는
이중적 동물을 만들어 히말라야를 오른다.
등에는 오로지 짐/
좁교란 말이 생소했는데 그렇군요
야크와 물소를 교배시킨 잡종
가끔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들
그들과 생사를 동반하는 좁교와
무거운 짐을 지고이고 가는 세파들을 봅니다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과 짐승의 모험
희말라야의 숙명이겠지요
역시 잘 감상했습니다
성 시인님 올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시로 뵙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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