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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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900회 작성일 19-01-10 21:30본문
아름다운 가족
이명윤
타인의 시선은 즐거운 만찬이어서
온종일 굶어도 좋았다
아빠는 오늘도 아웃도어
엄마는 새 원피스에 입꼬리가 조금 길어졌다
동생의 캠핑 모자는 앞뒤가 바뀌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처럼 잔잔한 무관심이
집안 가득 흐르고 김칫국물 냄새나는
대화가 없어 좋았다
동생이 그만 계단을 굴러
팔 하나가 빠졌을 때도 모두들 침착한 얼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이 좋았다
며칠째 빈 의자가 낯설었지만
서로에게 궁금한 표정을 짓지 않아 좋았다
어느 날 아빠가 새 동생을 데리고 왔다
화끈하게 얼굴이 없어 좋았다
마치 좋았다, 라는 표정으로 태어난 석고상처럼
모든 것이 좋았다
우린 사람들에게 고백할 다른 언어를 배우지 않았다
표정은 세상을 향한 우아한 비행
표정을 일탈한 표정 하나가 껍질이 발가벗겨진 채
포토라인에 섰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거룩한 얼굴로 태어났다
늘 품격의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좋았다
흰 눈이 내리듯, 심장이
푸석푸석 가루로 떨어져도 좋았다
눈부시게 맑은 날
유리창 속 우리 가족의 모습은 좋았다
살아있는 선명한 화질로,
거리의 백성들이 보시기에 더욱 좋았다
-계간 『문예바다』 2018년 겨울호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가족
흑, 슬퍼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
왜 사냐 인간아 그러면서
때로는 나 또한 그렇게 살면서
으 흑,
잘 읽었습니다.
이명윤 시인
마네킹 가족의 삶
맘 마음이 아파요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걱정마세요,
그들만의 우아한 행복이 있겠지요,
그나저나 산적형님 시 좀 올려보세요,
넘 아끼시면 녹슬어요 ㅎㅎ
조용한 일요일 오후입니다.,
차 한 잔 두고 갑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아 움직이는 가족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야 하는데..유리 안에만 화려하게 가족들이 탄생을 합니다.
그 보여주는 모습으로, 색상으로, 패션으로 불어나는 사람들의 가족들도 생기가 돌았으면 합니다.
길을 걷다가 눈 저 편에 단란한 가족,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젠가 어느 비싼 옷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서 구경하던 여자가 있던데요,
제가 보니 그녀가 편안하게 입은
옷이 더 잘 어울리고 멋져보이던데..
어쩌면 아름다운 가족은 우리의 암묵적 동조 속에
만들어지는 허상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영희님의 댓글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슬프고도 아름다운 가족이 우리든의 자화상은 아닌지
계단을 구르는 동생이었다가 화끈하게 사라진 얼굴이었다가 그들이 참 부럽단 생각도 듭니다.
시를 부리는 다재다능 하신 능력도 부럽고요.^^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돌을 웃길 수 있을때까지, 열심히 써 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딱 일년 만 더 해보고 그때도 못 웃기면 하산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명윤님의 시
요즘 난타북 치고 노느라 게을러 져서
글과 좀 떨여져 살고 있습니다
이 시의 기운을 좀 받아야 겠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도 난타하고 싶음......
전 몇 년간이나 게을렀으니 이제 좋던싫던
좀 열심히 해야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