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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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신
혹한을 견디는 소롯길에 든다
알몸이 알몸에 기댄 먼 산이 수묵 진경으로 안겨 온다
비탈에 서서 칼바람 보속을 받는 나무의 죄목은
세간사 나몰라라 홀로 저무는 침묵
떼어먹은 사랑을 갚지 못 한 죄
두 팔 벌려 오래 벌쓴들 성사 받지 못 할 죄
계율도 신이 만들었으니 죄도 신이 저지른 오류라 우긴 죄
땅거죽 한 채로 삼동을 견디는
풀벌레만도 못한 생각에 밟혀 헛발을 짚는다
비등점보다 뜨거운 명치를 기우뚱 쏟아
한사코 편해지려 이 숲에 투정 부린다
잡목을 서성이는 고라니 눈매가
한시절 돌아 가는 꿈처럼 그렁하다
바람 계단 밟아 구릉으로 오르는 소롯길
햇살이 은색 비늘을 뿌린다
적막 쪼는 곤줄박이 한 쌍, 휜 가지를 버린다
성근 살림 털어 솔방울 숭어리 내려 준 겨울 산정
지극함에 헤진 마음을 수선한다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겨울 산을 알몸에 알몸을 기댄 산으로 보신 시인의 시선이 감미롭습니다.
그 알몸에 옷을 걸치고 갈아입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금강산의 사계절 이름이 다르듯이 수묵화와 채색화가 변화해가는 시인의 걸음폭이 기다려집니다.
수묵화의 깊은 세계, 주인의 허락없이 소롯길을 잠시 거닐었습니다. 선생님!!!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곧 알몸이 덮혀질 자연의 경이로움이 시작 되겠지요
산은 늘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데
사람만 일희일비 시시비비 경망을 떨죠 ㅎ
특히 나처럼 감정기복이 파도를 타는 경우...
구정 명절 가족과 즐거운 페이지 다북채우세요^*
서피랑님의 댓글

나몰라라 홀로 저무는 침묵, 사랑을 갚지 못한 죄,
고라니 눈매에서 한시절 돌아가는 꿈을 보는 일,
헤진 마음을 수선하는 일,
조용히 풍경 속에 서 있는, 시인의 뒷모습이 아련합니다.
설 명절 좋은 시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최정신님의 댓글

요즘 시의 교과서로 시마을을 밝혀주는
서피랑니임^^
사유가 시원치 않으니
풍경이라도 제대로 그려야 하는데
제자리 걸음이나 맴돕니다
예쁜 아내와 설 명절 알차세요.
임기정님의 댓글

소롯길을 저도 거닐어보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어머님 만큼이나 애잔함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무쉭하면 용감하다구 저 맴대로 지지고 볶아보앗습니다
최정신 시인님
사뿐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쿵,
최정신님의 댓글

속정 깊고 안 무쉭하고 용감한 저기님,
마음이 진짜 시인인 그대...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세요^^*
활연님의 댓글

참 차분한 서정입니다.
시는 마음에서 발원해서 마음으로 닿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기만의 오롯한 시세계가 있다면 그만이다.
그 소롯한 길을 보내요.
늘 건강하시고요. 날마다 젊으지시기를
허영숙님의 댓글

겨울은 왜 이토록 서글퍼야 하는지
이 시를 읽으니
메뉴 많은 고즈녁한 산장에 앉아
오래 우려낸 대추차 한 잔 시켜 놓고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