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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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아침 / 이 종원
아침 여덟 시
호텔 카페테리아에서
스케줄 대신 이국의 맛을 즐긴다
달려갈 길을 끊어내어
그 잘라낸 선분을 공수하여
빽빽하게 막힌 시간을 밀어내고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자리
스스로 유리에 갇힌다. 나는
젓가락질로 한 점 공백을 집어넣으며
한가로움에 취하고 나면
선로에서 미끄러져 나온 타인의 진군을 허락한다
나와 상관없이 대열을 끌고 가는
창밖 원주민들처럼
바람은 사거리에 아침을 놓아둔 채 우회하였으며
숫자를 밟으며 달려간다
오늘 이만큼만 시간을 빌려온 나는
유리창 안으로 하루를 붙잡아 두었을 뿐
데드라인에 쫓기는 원고가 떠올라
브런치로 씹는 샌드위치가 시들해진다
벌써 전차는 시간을 떠밀고 간다
내일은 찬바람에 종종걸음으로
좁은 계단을 부대끼며 올라갈 것이다
댓글목록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부럽게 스리 해외여행 다녀오셨나보네
아이구 배 아파라
좋은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일상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이것 뿐이라...
휴대폰도 놓아 두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고달픈 나를 남겨두고 와, 덩그라니 휴식에 놓아두고 있으니 힐링이 되었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해외에 일이 있어서 가셨나 봅니다
때로는 정해진 스케줄에서 벗어나
나만의 한가로운 시간을 이국에서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허시인님의 경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일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리라 생각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낯선 시간,에 놓일 때
내 얼굴도 무척 낯설다는 느낌이 들죠,
근사한 여행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낯선 시간이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마음을 녹이고 어루만지는 힘이 있음을 느낍니다.
덕분에 근사했습니다. 이 시인님!!!
무의(無疑)님의 댓글

스스로 유리에 갇혀
한 점 공백을 채우면, 나머지는 다
여백이겠습니다. 쓸 얘기가 많아진다는 얘기겠지요 ^^ 부럽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공백을 채우는 일,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 같았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러한 시간들이 띄엄띄엄 여백 여기저기에 흔적으로 남겠지요. 고맙습니다.
성영희님의 댓글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낯선 만큼 신선하고
신선한 만큼 분주하지요.
잠깐의 여유로움도 이국의 맛을 더하면
긴 여운으로 간직될 시간들
이국으로의 시간 여행 즐감입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분주에서 벗어나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순간의 행복을 가져오는 일인 것 같았습니다.
제주에 다녀오신 성시인님의 시간은 행복이 가득 찼으리라 봅니다.
저도 곧 그 흔적을 더듬어 보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종종걸음 좁은계단을 밟는 일상에
잠시 영혼에 기름칠 하는 풍경 굿^^
내도 올 봄엔 시래기나 뒤적이지 말고 이런 시상을 훔쳐야 할텐데...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은 종종걸음으로 또 다시 일상에 발을 포개고 있지만 그 시간을 반추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영혼에 기름칠....자주 할 수록 좋을텐데...고소함이 많을 거고..선생님의 기름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