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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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50회 작성일 19-02-28 14:39본문
길에 대한 단상
윤석호
1
맨 처음 길을 간 사람은 길이 아닌 길을 간 것이다
나그네가 외로운 것은 길 때문이다
길은 근원적인 고독
같은 길을 둘이 갈 수는 없다
꿈이란 몸부림치며 한밤에 혼자 꾸는 것이다
그는 그 길로 되돌아왔을까
2
길이 막혔다는 말은 있어도 끝났다는 말은 없다
길이 막히면 길은 그 자리에 잠복한다
비 오는 날 유리창에 떨어진 빗물
머뭇거리지만 스스로
길을 만들며 흘러내린다
길 안에는 또 다른 길들이 내장되어 있다
3
반복되는 길은 길이 아니다
벽에 묶여 평생을 맴도는 시계도
한번 지난 시간은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
몸통을 타 태우고서야 지구를 벗어난 우주선처럼
문을 나선 나에게는 길 뿐이었다
꿈이 길을 만들어내겠지만 때로, 길에 맡기고 가다 보면
어느 날 꿈꾸는 별을 만나게 되리라
나는 지금 내 길의 어디쯤 서 있는가
4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온 연어
생이 빠져나가고 본능만 남아 헐떡거린다
그에게 길은 무엇이었나
도착한 곳이 목적지 인지 묻지도 않고
헐거워진 몸뚱이를 털어 다음 생을 쏟아 낸다
목적지가 처음부터 길의 일부였다는 것을
연어는 알고 있었을까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여겨 보지 못해도 나의 길만 길이 아니고
모든 생명이나 사물에 다 길이 있겠지요
그 쓰임처럼....
다시 돌아오시어 반갑습니다
먼곳에 계시지만 좋은 시 자주 올려주시기를요~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를 들고 연어처럼 고향으로 오는 길을 찾았으니 그 길 잡초 우거지지 않겠죠.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길이 끝이 없다라는 말에서, 연어는 다음 생의 새로운 길을 낳아주고 새롭게 길을 이어준 것처럼
시의 길을 탄력있게 이어가시는 윤시인님의 걸음을 환영합니다.
윤석호님의 댓글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선생님들의 말씀처럼 알량한 시 몇편을 들고 모천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연어의 모천 회귀는 의지도 본능도 아닌 유전자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감사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이 막히면 길은 그 자리에 잠복한다
멋지네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계의 길이
반복이 아니라는 건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길이나 시에 대한 시처럼 시시한 게 없는데
이 시는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