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을 따라가보면 까만 눈의 사람들이 입술에 차가운 불을 붙여 횃불 올리고 있었다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손짓을 따라가보면 까만 눈의 사람들이 입술에 차가운 불을 붙여 횃불 올리고 있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374회 작성일 19-05-24 11:40

본문

손짓을 따라가보면 까만 눈의 사람들이 입술에 차가운 불을 붙여 횃불 올리고 있었다

  활연



  공중엔 철로가 있고 구석을 발견한 소주병이 밤 열시를 따른다

  공중엔 첼로가 있고 마른 선분을 끄는 새들이 열한 시 기스락에 닿는다

  지상엔 벤치가 있고 새우처럼 누운 사람 곁에서 빈 손수레가 까만 손을 가만히 쥐었다 폈다 한다

  손금이 흘린 강물을 따라 멀건 운명이 철철 잘도 흐른다

  공중과 지상엔 교각이 있고 낙오한 별들은 금 간 칠흑의 끝에서 다리를 절며 흩어진다

  등 굽은 말이 넘어왔던 목구멍이 넝쿨지면 알싸한 문뱃내
  구석이 소주병을 굴리며 맑은 영혼의 식도를 씻는다

  둥근 교각이 무릎을 꺾으면 아침의 이마를 깨워 게이트볼을 치고 악다구니로 공전 궤도를 고칠 것이다

  늦은 밤을 싣고 기차가 지나가면 부화하는 열 량의 먼지

  시끄러운 지붕은 정오의 인적을 나르고 인기척 없이 멀리 사라진 자음들은 십오 세기의 저녁으로 가 죽는다

  공중엔 계단이 있고 부서진 무릎이 있고 구석기를 발견한 소주병이 색성향으로 넘어진다

  공중을 박제한 새들은 날갯죽지 아래 어둠의 보풀을 쪼아댄다

  감각이 마비된 풍경이 자정의 옆구리로 쏟아진다




추천1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는 한때 외목의 그늘에 있던 나뭇등걸이었으나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가 된 듯합니다.
그간의 동지적 정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만건곤을 빕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때가 아니라 늘상이었겠지요
자리를 턴다고 하셨으나 그 자리에는 이미 무수한 싹이 자라나 퍼져있고 또 나무가 되어 울창하기까지 하고
그늘을 드리웠으니 많은 과객들이 기대고 땀을 식히고 또 그 가지를 잘라 마음에 옮겨 심어 또 다른 나무를 키워가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어찌 활샘의 자취와 냄새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가뭄이 깊었거나, 산불이 일어나 잠시 나무에서 멀어졌다고 해도 활샘의 뿌리는 이곳에 남아있을 터, 쉬임으로 새파랗게 생기가 오르거든 언제든 날아오시리라 믿습니다. 기다림의 의자를 만들어놓고 있겠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이나 삼분의 2쯤 줄이시고 얼릉 오십시요
가지치기하던 손길과 거름 주던 추억과 그늘 아래 같이 뛰어놀던,그리고
이 나무가 밤나무다 저나무가 잣나무다 열띠게 토론했던 그 마당에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등단도 어서 하시고 시집도 얼릉 출판하셔서 시마을 뿐 아니라 한국 문단에 기여하시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활샘의 건강과 활짝 피어난 미래를 기원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ㅡ군말ㅡ

  오래 이곳에 눈을 붙들어 매고 이런저런 글을 올리고 관심 두고 했던 것 같습니다. 숨 쉬고 살다 보면 별일 다 있지만 저 또한 별일 다 겪고 사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지요.

  시를 좋아하지만, 습관적인 관성처럼 시적 관심을 시간의 타성에 맡기고 의지한 때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버에 게시한 글들을 지우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은 그것들이 미완이고 또한 감정의 껍데기들, 어쩌면 글에 대한, 밋밋한 자아에 대한, 자해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시간 쓴 글들을 고치거나 재구성하기도 했지만 나만의 우:리를 맴도는 것이거나 쳇바퀴 돌리는 것이었지요. 그런 사이 연식도 제법 되었고 무위도 참 많이 남았습니다.

  아마추어는 강물을 배회하지만 본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요. 당대든 농경문학이든, 척후든 뱀 꼬리든 자신의 고유한 세계가 없다면 호사가의 취미처럼 문학의 표피만 핥다 시간 소모만 즐길 것 같습니다.

  소수의 독자라 할지라도 나름 의식하고 이런저런 모양새를 다 내놓았고 새로움이 없는 발설이나 누수만 생기는 이때의, 조촐한 각성으로 나와의 내밀한, 속으로 치열한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또 나름의 등단 준비, 또 시를 좋아한 만큼의 소박한 소출이나 흉작을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듯도 싶습니다. 무명으로 글을 즐기는 것도 유익한 일일 것이나, 아무런 결과를 물을 수 없다면 그 또한 시간을 버린 행위.

  행동보다는 말을 앞지르게 하는 일은 많은데 이런저런 실언도 많았으리라, 문학적 견해가 독선이 될 때도 그러했을 것이고요. 그러나 나른한 경계에서는 늘 진부함이 앞을 가리는 것일 테고, 경계의 극단을 떠돌 때만 뱃멀미가 생기리라는 생각. 그 현기나 울렁거림을 견디다 우:리를 버리거나 경계를 확장하는 일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숨 쉬고 사는 때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을 것인데, 마음의 못을 가당찮은 시의 벽에 박아두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문학은 자본의 무모한 성취와는 거리가 있으나 존재의 고향에 대한 향수병은 될 것입니다. 살아가는, 살고자 하는 의지와 질문이 될 수도 있을 테고요.

  발생에서 휴지기는 가장 오래도록 눈이나 입이나 기타등등의 장기나 내장이 무르익는 때, 그리고는 재빠르게 주름을 그으며 알들은 숨 쉬는 기관으로 세포분열한다지요. 저 또한 그런 시간에 속해서 자아분열을 하려는 의도겠지요.

  수년 동안 쓴 글들을 거의 빠짐없이 이곳에 게시하고 고치고 이젠 보여 줄 것도 없이 바닥입니다. 바닥일 때 채울 빈 공간도 많겠지만 그것은 충분한 강수량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일지 한 계절일지 영영일지 모르겠으나 늘 주변이고 또 응원하는 눈이겠습니다. 몸을 만들고 정신의 화분에 물을 주는 시기ㅡ, 북한강이나 남한강이나 금강이나 낙동강이나, 섬진강이나 그들은 늘 목마름을 향해 도도히 흘렀을 것입니다. 시간의 역사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창대하고 먼 도정이 놓여 있을 것이나 어느 때 길 끝에서 붉어지는 노을처럼 다섯 수레의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문학을 향한 마음과 숨 쉬는 자의 싱싱한 의식이 어두운 밤길의 등불이고 버거운 난바다 항해일 때 어느 절벽 모퉁이 등대이기를 바랍니다.

  승승장구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ㅡ 활연 배상.

Total 25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열람중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5 1 05-24
24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3 1 05-24
23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7 0 05-01
22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8 0 04-28
21
물숨 댓글+ 1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7 0 04-16
20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9 0 04-14
19
비행운 댓글+ 6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0 04-03
18
따듯한 샘 댓글+ 4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3 0 03-30
17
미쁨 댓글+ 4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4 0 03-26
16
사슴의 행방 댓글+ 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1 1 03-24
15
치미 댓글+ 6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8 1 02-22
14
침묵의 소리 댓글+ 4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2 1 01-31
13
댓글+ 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7 1 10-17
12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6 0 09-05
11
고아 댓글+ 2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5 0 08-30
10
춘화의 태도 댓글+ 2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 0 08-23
9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4 0 07-09
8
소리굽쇠 댓글+ 7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0 12-24
7
필생의 호흡 댓글+ 11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0 0 12-22
6
그때나 지금 댓글+ 3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0 0 10-24
5
꿈의 현상학 댓글+ 4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0 07-14
4
수타사 댓글+ 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4 0 07-11
3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0 07-01
2
객관적 상관물 댓글+ 13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4 0 06-25
1
어리둥절 댓글+ 10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8 0 06-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