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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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62회 작성일 19-06-29 15:33본문
장마
성영희
비 내리는 강가
청둥오리 한 마리 머리를 박고 연신 자맥질 중이다.
뒤집힌 강물 속에서 무엇을 솎아낸 것일까
아름다운 지느러미와 꼬리들을 삼키고
물갈퀴마다 꽃이 피는 지금은
산허리도 부푸는 장마철
물이, 물의 것들이 날아올라 풀숲에 든다.
물이 쏟아지는 철인데
날아가는 물이 뭐 대수롭냐고, 굵은 빗줄기에
울음의 곡을 붙인다.
저 장마의 바깥에는
염천(炎天)들어앉은 마음들이 또 몇이나
물속을 뒤지고 있을 것인가.
빗물로 와서 강물로 흘러가면 그뿐인
그러나 마음 한번 독하게 먹으면
세상도 발칵 뒤집고 마는
작은 빗방울들
슬픔이란 범람과 혼탁을 거쳐
가을 강물 속같이 투명에 이르는 일
쏟아지는 수 억 만개의 과녁을 다 받아내고
짧은 파장으로 다시 잦아드는 일
퉁퉁 부운 이름들만 물안개처럼 떠도는
비의 계절을
자맥질로 뒤지는 오리들.
모던포엠 2019. 6월호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은 수 억만 개의 과녁을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에 그 표정들을 읽게 되겠지요
수영에 미숙해 자맥질로 뒤지는 것 또한 시간이 걸릴 듯, 그러나 상상 속에서 자맥질하는 맛은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장마의 속과 겉, 다 맛을 보게 해 주십니다. 성 시인님!!!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지내시지요 이종원 시인님.
한낮은 그늘을 찾아 들어도
밤이면 제법 서늘하네요.
비의 계절을 좋아하지만
가끔 모든 것을 확 뒤집어버리기도 하니
반갑게 와서 시원하게 지나기 만을
기다릴 밖에요.
쾌청한 날 되시길 바라요.^^
배월선님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마가 온다더니 땡볕입니다
선명한 서술
//
물이, 물의 것들이 날아올라 풀숲에 든다.
물이 쏟아지는 철인데
날아가는 물이 뭐 대수롭냐고,
//
이런 표현들은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겠지요
감사합니다!!
김용두님의 댓글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지느러미와 꼬리들을 삼키고
물갈퀴마다 꽃이 피는 지금은//
이 부분을 읽을 때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가득합니다.
왠지 세월호 참사, 다뉴브 강 여객선 충돌 등,,,
죽은 영혼들을 수색하는 잠수부들이 떠오릅니다.
멋진 시 감사드리며 늘 건필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