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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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673회 작성일 19-09-05 23:27본문
환지통
성영희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오후
모두들 그늘을 찾아서 숲으로 향하고 있는데
뜨거운 흙길 위에 반쯤 잘린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다.
깜짝 놀라 건너뛰고 뒤돌아 보니
그 모습이 환지통을 앓는 환자 같다.
없는 발목이 가려워 자꾸 발을 뒤척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 필생을 건 사투다.
지렁이가 가고자 한 길이 분명 이 뜨거운
염천은 아니었을 텐데
살고자한 길에서 누구나 죽음을 맞는 일처럼
오후의 햇살이 맨몸으로 꿈틀댄다.
어디쯤 뚝 잘라버리고 왔을
반 토막이 간지러워 저렇게 꿈틀거리듯
누군가도 저의 일부를 흙속에 묻고
몇 달간은 가상의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저 지렁이처럼 꿈틀 거리며
꺽꺽 울기도 한다고 한다.
비록 반쪽뿐인 몸일지라도
나뭇가지에 얹어 숲으로 옮겨줄걸
펄쩍 건너뛰고 돌아선 발걸음이 가려운걸 보면
내 발목에도 환지통이 찾아온 것 같다.
그 흔한 털 한 올 없는 미물이지만
사람들은 저 징그러운 몸 하나로
토양의 성질을 가늠하기도 하니
숲 저 건너편은 아마도 환형동물들의
그늘진 역사일지도 모른다.
시와소금 2019 가을호
성영희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오후
모두들 그늘을 찾아서 숲으로 향하고 있는데
뜨거운 흙길 위에 반쯤 잘린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다.
깜짝 놀라 건너뛰고 뒤돌아 보니
그 모습이 환지통을 앓는 환자 같다.
없는 발목이 가려워 자꾸 발을 뒤척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 필생을 건 사투다.
지렁이가 가고자 한 길이 분명 이 뜨거운
염천은 아니었을 텐데
살고자한 길에서 누구나 죽음을 맞는 일처럼
오후의 햇살이 맨몸으로 꿈틀댄다.
어디쯤 뚝 잘라버리고 왔을
반 토막이 간지러워 저렇게 꿈틀거리듯
누군가도 저의 일부를 흙속에 묻고
몇 달간은 가상의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저 지렁이처럼 꿈틀 거리며
꺽꺽 울기도 한다고 한다.
비록 반쪽뿐인 몸일지라도
나뭇가지에 얹어 숲으로 옮겨줄걸
펄쩍 건너뛰고 돌아선 발걸음이 가려운걸 보면
내 발목에도 환지통이 찾아온 것 같다.
그 흔한 털 한 올 없는 미물이지만
사람들은 저 징그러운 몸 하나로
토양의 성질을 가늠하기도 하니
숲 저 건너편은 아마도 환형동물들의
그늘진 역사일지도 모른다.
시와소금 201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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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환지통 잘 읽었습니다
가끔 바닥을 보면 지렁이를 볼수있는데
환지통 울림에
자세히 보아야 겠습니다
행여나 저도 좋은시 끄집어 낼 수 잇을지 몰라
성영희 시인님 팬 다녀갑니다
김용두님의 댓글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족을 잃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멋지게 환지통을 앓는 것으로 표현하셨네요^^
후회의 마음 또한 멋지게 환지통,,,,,
잘 감상하였습니다. 성영희 시인님^^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 졸편 중에도 같은 사유의
한 편이 있는데
제목이 남기는 울림이 좋습니다.
우리 씩씩해져서 이가을
추억 하 편 엮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