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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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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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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933회 작성일 19-12-24 17:24

본문

구멍들

 

 

 

가만히 구멍을 보고 있다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듯 눈의 초점을 풀어놓은 구멍

갑자기 가슴 한편이 따스해지고 있다

 

어떤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듯

구멍에 대한 좋은 기억이라도 있는 것처럼 포근해지고 있다

가슴이 고요해지고 있다

구멍은 태초부터 그런 곳이다

 

열쇠가 들어오기 전까지 열쇠 구멍이 그랬고

딱따구리가 파 놓은 나무 구멍에 새가 둥지를 틀기 전까지

살고 있던 그 적요를 본 적 있다

 

그런 구멍들은 이날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 부산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쩌다 천만년에 한번 햇빛이 들어올지언정 투정을 부려본 적도 없고

지나가는 생쥐에게 자신을 임대해달라고 푯말을 내 걸지도 않았다

 

어쩌다 눈발이 힐긋거리듯 흩날려도 묵묵하였고

햇빛에 쫓기는 다급한 구름의 걸음을 숨겨주기는 하였어도

언제나 피동적인 구멍들

 

세상을 다 삼켜도 모자란다는 그 목구멍도 죽는 순간까지도

허기를 말하지는 않았다

배가 고프다는 말은 허기가 소리를 전했을 뿐 목구멍은 침묵했다

 

바람에 쫓기던 햇빛이 잠시 구멍 속으로 몸을 피하였다가

몸을 폴더폰처럼 꺾었다 간다. 

추천1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와 왔다매 구멍들 시 참 좋네요
아부 절대 아님
- 긁적
아주 잘 읽었습니다
오영록 시인님 제가 드 릴 것 은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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