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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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74회 작성일 20-09-02 15:36본문
저물어가는 것에 대하여
/ 이 종원
그녀는
쓰다 버린 냉장고 같은 지하 도시에서
저물어가는 허리로 살아간다
싱싱한 꽃을 날마다 건져낼 수 없어
방 한 칸에 삶을 구겨 넣은 채
아침저녁 꺼내어 세어보다가
쌓을 곳이 모자라거나 쉰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새로 임대한 시간에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한다
대체로 달콤하지 않고 상큼하지도 않은 일상에
맛의 기억조차 잃어버리고
고무줄 바지에 상처를 붙이고 살아간다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기억은 뭉개져 방바닥에 붙어있고
느릿느릿 기어가는 삶 두 발 잃어버린 지 오래
무릎 닿는 곳마다 스며들었던 시간이 비명을 지른다
울음 들어내고 주름 쓰다듬으면
방고래 빠져나간 굴뚝처럼 내가 울고 그녀는 웃는다
고백같이 내뱉은 한숨은 누구의 간절함인가
햇살로 온돌 깔아드리고 싶다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시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살아있다는 것,
저무는 인생조차도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햇살로 온돌 깔아드리고 싶은 화자의 따듯한 마음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저물어가는 것, 어쩌면 늙어가는 것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밝은 쪽으로, 젊은 쪽으로 또 따듯한 쪽으로 자꾸 기울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인님의 따듯한 마음이 온돌로 깔리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다는 것은 아마도...점점 잊힌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의 주변에..돌아 볼 이웃이 많다는 것...
요즘 참 팍팍한 시간의 연속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이를 먹다보니 저물어가는 것에 대하여 눈과 마음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게 되는 눈빛을 달래 보았습니다.
자주 뵈니 옛 생각이 나네요 ㅎ 감사합니다.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물어가는 나이에드니
저물어가는 것들이 참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인님은 아직 청청하신데 ㅎㅎ 부드러운 미소가 햇살이십니다.
늘 열정적으로 시와 글과 사진과 마음으로 사시니 저물어간다는 것이 어디 해당이 되겠습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