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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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80회 작성일 20-09-03 16:13본문
선풍기
이명윤
어느 날 아버지가 고물상에서 데려 온 선풍기는 요리보고
저리 봐도 신기한 새 식구여서 호기심에 슬쩍 손가락을 넣
어 바람을 흔들어 보다가 어머니에게 혼이 나기도 하였는데
느리게 돌던 날개를 따라 아부지 난닝구 땀방울이 헐렁헐
렁 돌아가고 우리 삼 남매 얼굴도 헐렁헐렁 따라 돌던 그 바
람은 참 엉성하기도 하여서 손바닥에도 얼굴에도 달달달 달
라붙었다 떨어져 가던 그 바람은 참 순하기도 하여서 어머니
무릎이 되었다가 한 여름 맴맴 울음소리가 되기도 하였던 그
바람은 가끔 가던 길 멈추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아버진 선
풍기 머리를 사정없이 탁! 하고 쳤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돌
다 보면 어느덧 교복 입고 학교 가는 길, 머리 위를 느리게
따라오던 잠자리는 어느 집에서 달아난 날개였는지 손가락
으로 잡으면 파르르 얼굴을 간지럽히곤 하였던 그 바람은,
지금은 어느 공중에 잠들어 있나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2020, 푸른사상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적 여름 부채 부치던 기억이납니다.
마루에 친 모기장과 마당 평상에서 줄줄이 누워 자던 기억 저쪽으로
훌쩍 데려가는 그 순한 바람을 오늘 만납니다.
아부지 난닝구 땀방울 헐렁헐렁 식히던 바람이
가슴에서 촉촉해지는 아름다운 서정 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아직도 있습니다.
진한 느낌이 남는 시집 읽고
수제비 먹으러 갔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원하기는 에어콘이 엄지 척이겠지만 부채 바람에 이어 선풍기 바람에 날아오는
아날로그 옛 생각에 시원해지는 시간입니다. 덜덜덜 추억도 그리움도 가슴까지 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