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외 1편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알람 외 1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60회 작성일 20-12-01 16:27

본문

알람 1

 

이명윤

 

 


새처럼 창문에 날아드는 손,

꿈속까지 나타나 귀를 잡아끄는 손

경쾌하게 리듬을 타고

빙글빙글 허공을 돌더니

벽 속으로 사라지는 손

손을 잃고 새 손을 저장합니다

나는 선택할 손이 아주 많습니다

손가락이 길수록 끈질길수록

유년의 어머니와 잘 어울리지요

손바닥을 잎사귀처럼 볼에 대고

비빌 수 없다는 것이 가끔 아쉽습니다

지구 끝까지 이불을 덮고

다시 숫자를 세면,

우르르 사방에서 쏟아지는 손

방안을 정신없이 걸어 다니는 손

슬그머니 이불속에 들어와

팔을 당기고 발바닥을 간질이는 손

불현듯 커튼을 열어젖히고는

먼지에 콜록콜록 손사래를 치는 손

얼굴이 없는 얼굴처럼

만질 수 없는 차가운 시간의 손

따뜻한 벙어리장갑을 끼워 주면

식은땀 흐르는 이마를

만져줄 수 있을까요

오늘 하루는 푹 쉬어야겠네,

귀에 대고 말해줄까요

 

 

 


반구대 암각화

 

 

저 호수에 낚싯바늘을 던지면

시간의 파문이 일고

와와, 수천 년 전의 함성과 북방긴수염고래와

작살을 든 사내들이 줄줄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를 것 같다

망원경으로 보세요,

배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바람은

암벽 속에 꼬리를 감추었지만

고래의 피 묻은 손이 철철

검은 아이를 받아 내고

동굴 속 긴 울음을 먹여 살린

우리는 위대한 사냥꾼의 후예들,

일행 중 누군가 가늘게 탄식했다

오늘은 물에 잠겨 고래가 가져간

손목을 볼 수가 없군요

지금도 공중을 유영하는 치명적인 햇살

혹은 화살에 대하여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린 모두 먼길을 돌아 여기에 왔음을 안다

암벽 속의 사내가 웃고 있었다

이곳에 오실 땐 고단한 사냥도구는 잠시

내려놓고 오실 것

가깝고도 먼 나라를 순례하듯이

피고 지는 들국화의 걸음으로 다녀가실 것

우리는 거대한 암벽 속의 무늬들,

사냥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

 

 

-문학의오늘2020, 겨울호


추천1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써 쓴 댓글이 어째 다 날아가버립니다. ㅎㅎ
알람, 왠지 정겨움을 한 번 쯤 돌아보게하는 글이라 품에 안기듯 다가옵니다.

마치 암각화에 숨겨진 비의를 풀어내듯 쓰신 좋은 글도 잘 살펴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Total 46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3-25
45
동백 아가씨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2 12-19
44
맛집 옆집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1 12-12
43
완벽한 계절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2 12-05
4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1 11-15
4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0-10
40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 08-19
39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2 07-12
38
꽁치 통조림 댓글+ 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0 05-11
37
소원 댓글+ 7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04-26
3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 01-19
35
억새들, 외 댓글+ 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12-14
34
사랑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1 10-19
33
홍어 댓글+ 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4 07-06
32
불편 외 1편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 3 03-14
31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1 12-21
30
한 장의 사진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1 11-20
29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1 1 11-20
28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09-11
27
주남저수지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6 0 08-02
26
평화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0 07-27
25
임성용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 06-03
2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0 05-02
2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0 04-02
22
첫눈 외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1 1 03-07
열람중
알람 외 1편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1 1 12-01
20
선풍기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0 09-03
19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1 2 07-13
18
흰죽 댓글+ 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5 1 07-01
17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7 0 03-21
1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8 1 02-23
15
돌섬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1 01-20
14
댓글+ 8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2 1 06-19
1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1 06-10
1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1 1 06-03
1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0 04-12
10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2 0 04-08
9
숟가락들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0 04-06
8
꿈나라 댓글+ 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6 1 04-02
7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1 1 01-10
6
문병 댓글+ 7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0 1 01-04
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2 12-18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6 1 11-14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2 0 09-05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0 0 05-22
1 이명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8 0 05-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