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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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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63회 작성일 20-12-01 16:27

본문

알람 1

 

이명윤

 

 


새처럼 창문에 날아드는 손,

꿈속까지 나타나 귀를 잡아끄는 손

경쾌하게 리듬을 타고

빙글빙글 허공을 돌더니

벽 속으로 사라지는 손

손을 잃고 새 손을 저장합니다

나는 선택할 손이 아주 많습니다

손가락이 길수록 끈질길수록

유년의 어머니와 잘 어울리지요

손바닥을 잎사귀처럼 볼에 대고

비빌 수 없다는 것이 가끔 아쉽습니다

지구 끝까지 이불을 덮고

다시 숫자를 세면,

우르르 사방에서 쏟아지는 손

방안을 정신없이 걸어 다니는 손

슬그머니 이불속에 들어와

팔을 당기고 발바닥을 간질이는 손

불현듯 커튼을 열어젖히고는

먼지에 콜록콜록 손사래를 치는 손

얼굴이 없는 얼굴처럼

만질 수 없는 차가운 시간의 손

따뜻한 벙어리장갑을 끼워 주면

식은땀 흐르는 이마를

만져줄 수 있을까요

오늘 하루는 푹 쉬어야겠네,

귀에 대고 말해줄까요

 

 

 


반구대 암각화

 

 

저 호수에 낚싯바늘을 던지면

시간의 파문이 일고

와와, 수천 년 전의 함성과 북방긴수염고래와

작살을 든 사내들이 줄줄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를 것 같다

망원경으로 보세요,

배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바람은

암벽 속에 꼬리를 감추었지만

고래의 피 묻은 손이 철철

검은 아이를 받아 내고

동굴 속 긴 울음을 먹여 살린

우리는 위대한 사냥꾼의 후예들,

일행 중 누군가 가늘게 탄식했다

오늘은 물에 잠겨 고래가 가져간

손목을 볼 수가 없군요

지금도 공중을 유영하는 치명적인 햇살

혹은 화살에 대하여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린 모두 먼길을 돌아 여기에 왔음을 안다

암벽 속의 사내가 웃고 있었다

이곳에 오실 땐 고단한 사냥도구는 잠시

내려놓고 오실 것

가깝고도 먼 나라를 순례하듯이

피고 지는 들국화의 걸음으로 다녀가실 것

우리는 거대한 암벽 속의 무늬들,

사냥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

 

 

-문학의오늘2020, 겨울호


추천1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써 쓴 댓글이 어째 다 날아가버립니다. ㅎㅎ
알람, 왠지 정겨움을 한 번 쯤 돌아보게하는 글이라 품에 안기듯 다가옵니다.

마치 암각화에 숨겨진 비의를 풀어내듯 쓰신 좋은 글도 잘 살펴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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