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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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77회 작성일 21-06-03 07:46본문
임성용
이명윤
입담 좋은 그가 어느 날 페북에서 사라지면
필시, 그가 세운 하늘공장에 간 날
지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하여
달포쯤 지나야 다시
초췌한 몰골의 그를 볼 수 있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잡놈아
그를 뼛속까지 사랑하는 용만 형의 핀잔에도
넙죽넙죽 우스갯소리로 장단 맞추는
해학과 과격을 겸비한 노동자 시인,
그는 현장의 맨 꼭대기층 옥탑방에 산다
내로라하는 문단의 인사는 말할 것 없고
내가 좋아하는 대통령도 잘근잘근 씹기 일쑤라
한때 페친을 끊을까 궁리도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자꾸 흑백사진처럼
그의 아름다운 공장이 아른거린다
구름도 새들도 모두 내려와 지금쯤
텅 비어있을 하늘은
사람 살만한 곳 못될 터인데
그곳에서 그는 대체 무슨 일을 할까
하늘공장 가는 길이 궁금해
검색을 해보지만 지도에 없다
하늘은 한없이 높고 먼 곳,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만 하늘에 좀 더 가까이 있다
세태에 가끔 그의 눈알이 돌고 혀가 꼬이지만
이젠 숙달이 되어 어쩌면
하늘의 언어를 이해할 것도 같다
세상이 몇 번 바뀌어도 그의 트럭은
여전히 하늘로 달려간다
저 높은 곳에 우뚝
외롭게 서 있을, 그리운 하늘공장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 *
* 임성용의 시 ‘하늘공장’ 중에서
-계간 「시와사람」( 2021, 여름호) , 시와사람 100호 특집- 시인이 시인에게.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네를 흘러가는 작은 강? 아니 작은 개천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시간을 낚는 나의 모습을
대입시켜 봅니다. 늘 그렇지만 드리운 낚싯대에서 손맛을 보고 행간에서 건져낸 시어의 마음이
막혔던 시의 혈관을 뚫어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수면 속에 감추어진 무수한
시어들이 유영하는 모습에 무거워 보일만한 것들조차 오히려 새들의 날갯짓처럼 자유스러워 보입니다.
흐릿한 오늘 아침을 맑게 닦아주셔서 상쾌해지는 아침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이시인님!!!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올 늦가을이면 눈빛 선한 시인님을 뵐 수도 있겠지요,^^ 부족한 시에 내려주신 따순 마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