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76회 작성일 21-08-02 07:53본문
주남저수지
이명윤
누군가 양팔을 크게 벌리면
세상의 길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면
길이 찰랑찰랑 발을 담그고
길이 첨벙 머리를 물속에 넣기도 하고
길이 아이들처럼 동그랗게 가슴을 맞대고
길이 사뿐사뿐 춤을 추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갈래 머리 곱게 땋은 길이
공중을 지나가는 곳이 있다면
오늘의 슬픔은 그저
발목이 젖을 만큼만 슬픔,
나 기꺼이 울음 위에 두 발로 떠다니겠네
걸음 위에 걸음이 다정히 내려앉고
시간 위에 시간이 천천히 걸어가며
몸을 부대끼며 따듯해진 길들이
일제히 음악처럼 날아오르는 곳이 있다면
그리하여 떠나는 길이
참 행복했다, 말할 수 있다면
두 팔을 접으면 모두 유유히
한 장의 사진 속으로 아름답게 사라지는
그런 곳이 정말
우리들 세상에 있다면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2020, 푸른사상
댓글목록
김용두님의 댓글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주남 저수지에 가 보았지만
시는 못 썼습니다.ㅎㅎ
시를 읽으니 공중에서 부터 땅으로 이어진
수없이 많은 실타래 같은 길이 생각납니다.
이런 유토피아 같은 곳이 점점 사라지니 아품이 있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배월선님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 팔을 접으면 모두 유유히
한 장의 사진 속으로 아름답게 사라지는
그런 곳이 정말
우리들 세상에 있다면// 때 되면 새들이 날아드는 주남저수지를 주소로 갖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