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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긷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03회 작성일 21-10-26 12:55

본문


물을 긷다

               최정신


입원실 로비에서 간호사가
우물가세요?
새벽 인사를 건넨다
순간,
나는 물 긷는 여인이 되고
빈 생수병은 동이가 되고
병원 복도는 숲길이 된다

동이로 물을 길어 오던,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오던,
우물은 참으로 마침 한 말이다

문학과 첫사랑에 빠졌던 한때
별과 달은 우물에서 태어나 하늘로 올라갔을 거란,
두레박을 내리면 별을 건져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 적 있다

우물과 마음에는 찰랑거리는 것들이
무한대여서 길어 올려져야 하는
동질의 유전자를 지녔다

제행무상의 세상에서
우물이라는 고유명사에는
물처럼 무한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병실의 무료함에 숲길을 서성이며 보낸다​

마음에서 길어 올린 기억들로

잠시 통증의 전원을 끈다 

추천1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병실의 한적함과 무료함이 피워낸 심상이
평이 하면서도 소슬바람처럼 느껴져 참 좋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열공하시는 시의 행로에
감사드립니다.
요즘은 발화점에 습기만
가득하여 부끄럽습니다.
정시인님께서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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