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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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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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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85회 작성일 21-11-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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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

 

이명윤

 

 

 

   아침은 호흡이 멎은 지 며칠 만에 우연히 발견됐을 것이다. 제보를 받고 달려온 환경보호단체 회원은 끌끌 혀를 차며 셔터를 눌렀을 것이며 온 몸에 검은 갯벌을 뒤집어쓰고 두 다리를 수직으로 하늘로 뻗은 채 죽어 있는 새를 조심조심 자루에 담아 갔을 것이다. 새가 지상에 남긴 마지막 장면은 리트윗과 복사하기 등을 두루 거쳐 인터넷 검색순위에 오르고 마침내 내게 왔을 것이다. 어느 날 저녁뉴스엔 황망한 얼굴로 갯벌에 주저앉은 노인과 시궁창 냄새에 코를 감싸 쥔 리포터가 명랑하게 등장할 것이다. 당국은 부랴부랴 조사반을 구성하고 죽음에 대한 일체의 접근을 금지할 것이며 사정에 따라 조사 결과는 늦어질 수 있겠지만 환경의 날 기념식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트럭들은 여전히 굉음을 일으키며 구름 속을 줄 지어 달릴 것이고 먼바다의 배들은 거대한 엔진 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지극히 현실적인 나의 생각이다. 덧붙여, 갯벌이 농담처럼 하루아침에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 버리진 않을 것이며 마법에 걸린 아이들처럼 공중의 새들이 줄 지어 죽음에 내려앉거나 고대의 이름 모를 의식처럼 죽음이 죽음을 부르며 곳곳에서 장엄한 죽음의 떼가 발견되지는 않을 것이다. 끝으로, 사진은 머지않아 검색 순위에서 자진 하차할 것이다.

 


-시산맥2021, 겨울호


추천1

댓글목록

김용두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곳곳에 멋진 표현들이 돋보이네요^^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에 일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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