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한 장의 사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79회 작성일 21-11-20 08:25

본문

한 장의 사진

 

이명윤

 

 

 

   아침은 호흡이 멎은 지 며칠 만에 우연히 발견됐을 것이다. 제보를 받고 달려온 환경보호단체 회원은 끌끌 혀를 차며 셔터를 눌렀을 것이며 온 몸에 검은 갯벌을 뒤집어쓰고 두 다리를 수직으로 하늘로 뻗은 채 죽어 있는 새를 조심조심 자루에 담아 갔을 것이다. 새가 지상에 남긴 마지막 장면은 리트윗과 복사하기 등을 두루 거쳐 인터넷 검색순위에 오르고 마침내 내게 왔을 것이다. 어느 날 저녁뉴스엔 황망한 얼굴로 갯벌에 주저앉은 노인과 시궁창 냄새에 코를 감싸 쥔 리포터가 명랑하게 등장할 것이다. 당국은 부랴부랴 조사반을 구성하고 죽음에 대한 일체의 접근을 금지할 것이며 사정에 따라 조사 결과는 늦어질 수 있겠지만 환경의 날 기념식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트럭들은 여전히 굉음을 일으키며 구름 속을 줄 지어 달릴 것이고 먼바다의 배들은 거대한 엔진 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지극히 현실적인 나의 생각이다. 덧붙여, 갯벌이 농담처럼 하루아침에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 버리진 않을 것이며 마법에 걸린 아이들처럼 공중의 새들이 줄 지어 죽음에 내려앉거나 고대의 이름 모를 의식처럼 죽음이 죽음을 부르며 곳곳에서 장엄한 죽음의 떼가 발견되지는 않을 것이다. 끝으로, 사진은 머지않아 검색 순위에서 자진 하차할 것이다.

 


-시산맥2021, 겨울호


추천1

댓글목록

김용두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곳곳에 멋진 표현들이 돋보이네요^^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에 일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Total 811건 4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61
12월 댓글+ 4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9 1 12-08
660
겨울장미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1 11-18
659
풀등 댓글+ 9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 1 09-16
658
낙엽이 질 때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1 12-04
6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1 12-04
656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1 12-05
655
지구 조각가 댓글+ 8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0 1 11-04
654
행복은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3 1 11-13
65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1 1 12-01
652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 1 12-02
651
시간 자판기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0 1 12-12
650
구멍들 댓글+ 1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1 12-24
649
돌섬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1 01-20
648
흰죽 댓글+ 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5 1 07-01
647
산봉우리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1 1 02-19
64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1 02-23
64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 1 03-09
644
타워 크레인 댓글+ 2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1 04-08
643
격리 댓글+ 5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4 1 07-05
642
집콕 22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5 1 04-18
64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7 1 05-12
640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8 1 04-23
639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3 1 05-25
638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1 06-01
637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1 06-03
636
인아야 댓글+ 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1 05-28
635
봄날 댓글+ 1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1 04-07
634
노송의 노래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1 03-18
633
알람 외 1편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1 12-01
632
댓글+ 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7 1 03-18
631
물을 긷다 댓글+ 4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4 1 10-26
630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1 06-17
629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2 1 08-09
6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1 11-22
627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1 11-13
626
억새 댓글+ 7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1 11-25
625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1 11-20
열람중
한 장의 사진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1 11-20
623
떠다니는 섬 댓글+ 1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 02-26
622
벚꽃 편지 댓글+ 5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1 04-16
621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 12-19
620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1 12-21
619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 02-02
61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1 04-09
617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1 03-13
616
한파 댓글+ 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 12-21
615
신뢰 [디카시] 댓글+ 10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1 06-15
614
애매한 계절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1 03-13
61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1 06-09
612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1 06-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