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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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56회 작성일 22-03-14 15:11본문
불편 외 1편
이명윤
물끄러미가 나를 보고 있다
버스를 타도 물끄러미
커피를 마셔도 물끄러미
어느 날 시장에서 졸졸 따라와
나의 허공을 떠나지 않는다
우럭과 가자미 몇 마리
손질을 기다리다 우연히 만난
무 몇 개 상추 몇 단
단출하게 바닥에 놓고 앉은
노파의 눈 속에 사는 물고기,
오래된 호수가 품은 내력인 듯
길고 긴 꼬리를 가진 물끄러미가
천천히 지느러미를 흔들며 내게로 왔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를
직접 목격한 건 처음이었다
눈을 감았다 떠도 꿈쩍 않고
컴컴한 저녁이 되어도 도무지
제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지독한 물끄러미,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날부터
눈 속 어항에
늙은 물끄러미 한 마리를 기르게 되었다
목련
그날 식당에 모여 사진을 기다리던 엄마들이 모처럼 해맑게 웃었습니다.
수십 개의 얼굴이 떠 있는 하늘,
단체사진 속에서 아이들은 아이들로 피어납니다.
여기 있네, 여기 있네, 너무도 닮은 얼굴들 사이
얼굴을 찾아낸 손가락 끝에 햇살이 가득합니다.
얼굴 옆에 얼굴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요.
얼굴과 얼굴이 서로 정다워서 얼마나 든든한지요.
튼튼한 액자에 담았으니
이제 세찬 비바람도 끄떡없을 겁니다.
그러니 음식이 더 식기 전에 드세요...
그리운 얼굴들, 저들끼리 북적북적 환하게 건너는 봄날입니다.
*그날 : 세월호 이후를 다룬 영화 ‘생일’의 한 장면,
-계간 《시와사람》 2022, 봄호
댓글목록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시인님의 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읽다
한번 더 꼼꼼하게 읽으며
목련에 마음 아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