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나무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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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262회 작성일 22-07-12 22:45본문
목련나무 이력서 /배월선
방금 숯 더미에서 빠져나온 헐렁한 못이
이력서를 쓴다
푸시시 허기질 때마다 불살라 먹은 이력은
불과 한두 달을 못 넘기고
후드득 무너지는 꽃잎이었다
이 봄엔 뭔가 달라야하지 않겠나,
제대로 이력서를 한 번 써볼 참인데
빠짐없이 하얗게 적는데 이력이 났는지
버선발 벗어던지듯 몇 줄 쓰다만 연혁을 쥐고
쥐똥나무 울타리로 훌렁훌렁 벗어던진다
꽃잎을 불쏘시개로 쓴다면 꽃이 피기는 필까?
쥐똥나무 옆을 지날 때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입술에 물어본다
본래 나는 어느 목공소에서
발목과 발목끼리 오래 기거하던
밥의 건축물이었다
겨울, 철거된 공사판에서 불 쬐는 손
그때까지도 내 몸이 확 꺾여버린 줄 몰랐다
방금 숯 더미에서 빠져나온 몸뚱어리를
똑바로 세워볼 참인데,
거푸집에 못을 던져 넣으며
꽃이 너무 쉽게 져서는 안 된다고
꽃봉오리를 밀어 올리는데,
개화시기만 되면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는
저 목련나무는 한 개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고민하는 것이다
댓글목록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련나무
그늘에서 쉬어봅니다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련나무 사진이 아니어서 ...
대관령 목장에서 찍은 나무인데 이력서도 저 나무처럼
한 곳에 오래 뿌리내리는 것처럼
튼튼해지고 싶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나무의 이력서를 보면서
뜬금없이 제 이력 또한 찬찬히 들러볼 참입니다
열심히 습작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오늘도 힘찬 건행을 외칩니다
목련나무 잘 읽었습니다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력서 한번 썼으면 좀 오래 오래 다녀야하는데요
유목민도 아니고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며 자주 옮겨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써 본 것인데요
저는 목련나무 이력서는 안 쓸랍니다
느티나무 이력서를 써야죠 이왕이면^^
감사합니다 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 나무와 꽃은 자기들의 삶을 영위하고 꽃을 피웁니다.
시인님만의 오롯한 느티나무의 이력을 쌓아가는 모습에
박수로 응원해드립니다. 묵묵하지만 단단하게 뿌리박아가는
시인의 길도 박수쳐 드립니다.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항상 긍정의 아이콘으로 힘을 실어주시고 응원주시는 시인님
감사합니다
다시 하늘이 파랗게 둥실 흰구름을 띄웠네요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색다르게 읽히네요.
목련나무 이력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무더위 잘 이기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음에는 느티나무 이력서를 써야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많이 시원하네요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시인님!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휘어진 못의 이력서 아니옵니까?
휘어진 못, 빗나간 망치에 얻어 맞은 증거지요
하긴 요즘 못은 너무 연철이라 쉽게 휘더군요
어찌보면 휘는 것도 살아가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네요
곧고, 휘고
못이 인생을 이야기 하네요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광화문역 스크린도어에 시인님 작품이 걸렸네요
반가워서 찰칵 했습니다
「시시한 시」 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