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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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49회 작성일 22-07-14 21:31본문
준비 자세
성영희
산모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은
뱃속 아이에게 임박한 호흡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렁찬 울음으로 첫 대면을 준비했던 아기는
옹알이를 준비하고 돌아누울 것을 준비하고
기는 연습이 끝나면 돌잡이를 준비한다
옹알이는 소통의 기본자세이며
돌잡이는 미래를 위한 직업준비다
손가락을 빠는 것은
뱃속에서 배운 시간 들을 곰곰이 되새겨 보는 것,
수많은 울음과 웃음의 어느 한 예를 위해서
아기는 태중에서조차
차곡차곡 준비했던 것이다
정규직을 준비하던 청년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하청도 임시직도 아닌 죽음은 어떤 직업인가
낙하하는 시간을 허공에 매달 수 있다면
꽃잎들은 절정의 임시직을 벗어날 수 있을까
연금을 붓고 보험을 들고 비자금을 숨기는 것조차
죽음의 궁극이라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시간이다
준비해둔 수의를 꺼내 보며
떠날 채비를 점검하는 노모, 따지고 보면 삶이란
일생 준비만 준비하다 끝나는
죽음의 하청기관 아닐까
2021년 실천문학 가을호
댓글목록
배월선님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삶이란 출생의 순간부터 죽음을 준비하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하청기관 맞군요
사는 동안만이라도 하청기관이 일 좀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만 있을 뿐입니다 ㅎ
덕분에 잘 감상하였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나 울 영희언니는 시가 맛있어요
그래서 광 팬 아니겠어요
쉬우면서도 눈에 쏙 들어오는 시
저는 언제 쓸라나...
성영희 시인님 잘 읽었습니다
무선 키보드가 눈 벌개가지고
밥 달라 아우성 입니다.
이상 끄읏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다는 게 마지막을 위한 준비단계 아닐런지요
끝이 좋아아 잘 산게 될 터인데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그저 선하고 고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봅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십시요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순서도 없다던 죽음에 대하여 준비없이 앞다투어 뛰어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자의에 의해, 타의에 의해 저질러지는
아픈 현실은 얼만큼 비용과 노력을 지불해야 딱 맞는 수의처럼
준비해둘 수 있을 것인지!!!!
지금도 노후를 준비한다고 발바닥에 땀나게 뛰고 있는 모습은
그들에 대하여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죽음의 하청기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엇을 준비 해야 하나 뒤돌아봅니다.
벌써 7월도~~~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이란 어떤 의미에서 죽음과 죽음을 연결짓는 포물선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시제를 다시 읽으며, 태아의 모습이 가장 완벽한 준비자세 아닐까 하는...
좋은시 잘 읽고 갑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태중에서의 준비가 어쩌면
생과 사가 한몸이라는 생각이 들어 때론
죽음을 바라보는 각도도 우연해 지곤 한답니다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