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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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74회 작성일 22-08-03 13:53본문
(사진:모나리자정님)
능소화 편지 / 허영숙
꿈결인가, 그대를 만난 것이
단 한 번 본 것뿐인데
허락도 없이 들어앉은 그대를 쫓아
일생을 소진하며 여기까지 왔다
잠깐 스치고 오래 헤어져 있었으니
그리운 문장들만 넝쿨을 이루고 자라
담벼락이 환하다
그대 발소리는 멀고
그 소리 담으려 나를 더 크게 열어
한 잎 귀 넓은 꽃으로 핀다
한여름 땡볕을 딛고 담장을 타고 오르는
이 지독한 흡착은
그대가 일생에 또 한 번 이 길을 지나 갈 때
꽃 무더기에 숨은 나를
모르고 스쳐갈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먹구름을 밀며 하늘이 뒤로 숨고
그대와 나의 먼 행간에도 빗방울이 든다
간당간당한 꽃대를 아프게 움켜쥔다
이토록 간곡하고도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뼛속까지 훑고가는 소나기가 내리기전에
내가 먼저 나를 놓아버릴 것이다
댓글목록
강태승님의 댓글
강태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정시 -시의 기본 -서정시 잘 쓰는 시인이
진짜 시인이라는 개인적인 확고한
시의 견해 도 - 담벼락에 두고 -
능소화 밑에서 어렸을적 소나기 소녀와 엮었던 추억에? 잠겼다 갑니다 ㅎㅎ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곡진한 아름다움이군요.
이후 능소화를 볼 때마다 이 시가 생각날 듯 합니다.
가슴이 따듯해 오는 좋은 시, 고맙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바람 지난후 수없이 떨어진 능소화 꽃송이
그게 비바람 때문이 아니고 스스로
자신을 놓아버린 거군요
왜 그리 처연하나 했더니 그런 사연이 ......
앞으로 능소화 곁을 지날 때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열심히 아는 얼굴 찾아보렵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그냥 지나쳐 왔고
마음 준 거는 그니인데 어떻게 알아본데요?
마음이 있으면 통할까요?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능소화를 보면서
참 이쁘기도 하지만 끝없이 정상을 향해
오르려는 모습 또한
저에게 본보기가 되었는데.
허영숙 시인님 시 역시 볼 때마다
와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맛있게 읽고 있습니다.
날씨가 한풀 꺾이려고 하는지
요즘 비 님이 자주 오시네요.
건행하십시요
조경희님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산책하다 보면 주홍빛 능소화가 환하게 피었던에
능소화로 풀어낸 시에 가슴이 뭉클~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
가까운 시일이 우리 한 번 뭉쳐요~
배월선님의 댓글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능소화의 마음을 섬세하게도 읽으셨네요
그냥 시를 따라 흐르다 보니 여름 능소화 폈다 지는
한 생애를 훑게 됩니다
사진도 너무 잘 찍으셨죠 모나리자정님 사진과 함께
잘 어우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