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창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46회 작성일 22-11-15 08:12본문
폐기물 창고
서승원
다리가 부러진 의자가 왔다
어머니는 뇌에 이상이 생겨
다리를 절었다
부러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
온전해 보이진 않았다
부러진 의자 다리엔 본드 자국이 남았다
하얗던 목공용 본드는
속살을 드러낸 나무 위에서 제 색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뇌에 이상이 생긴 어머니 머리에
구멍이 생겼다
어머니 또한 제 모습을 잊어가고 있었다
의자는 나무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도 어머니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둘에게 놓인 시간은 겹겹이 쌓아 놓고도
막상 필요한 순간 고쳐 쓸 수 없는 불치병 같아서
원하는 모양대로 다듬을 수 없었다
문득 버려진 것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를
상상해 본다
의자와 어머니가 나누는 이야기들을 떠올려 본다
첫 대화의 말은 아마도 한 때는 나도...
한 때는 나도 한 때는 나도 한 때는 나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조명도 냄새도 눅눅한 곳
사방을 둘러보면 어느 집에나 있는 곳
그곳으로 부러진 다리를 끌고 의자가 왔다
지팡이와 함께 어머니도 왔다 갔다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헉헉 천신만고 끝 시마을 동인방 글쓰기가 됩니다
들어와 서시인님의 시를 접하네요
부러진 의자와 어머니
세월이 지나면 삐꺽 이는 관절 저 역시
몸이 무거운 관계로 뒤뚱거리고 있습니다.
시 잘 읽었습니다.
만나도 또 만나 고픈 우리 서시인님
문운이 활짝 열리시길....
제어창님의 댓글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동인방 글쓰기가 된다니 다행이네요
누구보다도 동인활동에 애정이 많은 분인데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시는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몸 관리라도 마음 먹고 제대로 해 보고 싶은데
늘상 이것도 작심삼일이네요
서로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보며 살자구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도 한 때는,
참 서글픈 말이지요
아리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매일매일 저리 되지 말아야지 되뇌이며 삽니다만
어찌 그게 제 의지대로 되겠는지요?
그저 열심히 숨 쉬는 방법 밖에는......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 주엔 마곡사에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탑돌이를 하는 여인을 봤습니다
우리의 의지대로 되지 못하는 일들은 부처님 뜻에 혹은 하나님 뜻에
기대어 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향호 형님은 식단관리도 하시고 몸 관리도 잘 하시니 식욕을
다스리지 못하는 전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엘레지로 읽혀집니다.
나도 한 때는 ...
이제는 이런 말 하기조차 쉽지 얺은
그런 허전 함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근 염색을 하지 않은 채 사진에 찍힌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늙어 보임에 스스로가 놀랐습니다
오래된 벗들과 만나 어울리면 아직도 마음만은 십 대의 마음인데
몸은 얼굴은 그렇지 않다는 것..
앞으로도 허전한 날들이 자주 찾아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