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들, 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278회 작성일 22-12-14 08:29본문
억새들
이명윤
모처럼 가벼워진 세상의 발들이
구름 위를 걷고 있었고
한 떼의 바람이 기병들처럼 키를 훌쩍 넘어
풀숲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울음은 시야가 탁 트인 언덕에서
서식하고 있었는데
언덕에서는 울음도 마냥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온종일 뒹굴어도 아이들처럼 지치지 않는
울음의 자세가 부러웠다
뚝, 하면 금방 그칠 것 같은
순하고 부드러운 줄기가 좋아
사이를 비집고 가만히 억새로 서자
순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울음은 출렁이는 긴 악보를 가지고 있었다
누가 울음을 연주하는지 왜
모두들 울음을 따라 우는지 몰라도 좋았다
우는 사람 옆에 우는 사람,
서로를 기댄 등이 따뜻해 보여 좋았다
실컷 울고 나면 하늘은 맑아지고
계절은 또 한 번 바뀔 것이다
나는 울음을 타고 훨훨
세상 밖으로 날아갔다
울음은 얼굴 전체가 깃털이었다
안녕 하셉
출근길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지나가는
길 위의 하셉, 안녕 하셉
하셉은 듣지 못한다
나는 창문을 닫고 중얼대니까
어느 먼 나라에서 온 한 눈에도
건강한 하셉 턱수염이 멋진 하셉
오늘도 어제처럼 멋진 작업복을 입고 걸어가는
길 위의 하셉, 안녕 하셉
하셉은 알지 못한다
내가 만든 이름이니까
한동안 하셉이 궁금했다 출입국사무소
점심 메뉴가 궁금한 것처럼
몸이 아파도 하셉은 울지 않을 것 같다
울어도 소용없겠지
하셉은 너무 흔한 이름,
저기 씩씩하게 걸어오는 하셉
얼굴이 바뀐 하셉
최선을 다해 걷는 하루는 어떤 감정일까
하셉의 출근길을 번역할 수 없다
출근길은 너무 멀고 하셉은 계속될 테니까
창문 너머 사는 나라
길 위의 하셉,
안녕, 우리들의 하셉
-『공정한 시인의 사회』2022, 12월호. 공시사의 시선.
댓글목록
강태승님의 댓글
강태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콘도로는 날아가고 - ---
아메리카 민속음악이 생각납니다
그 분위기에 커피를 마시며,
머물다 갑니다 ㅎㅎ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맙습니다. 건강한 연말 보내십시오~
강태승님의 댓글
강태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나 맛있는 시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 산 채 에도 퍼 날랐습니다.
엄지처억 놓고 갑니다.
아 부럽당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네, 웃지방엔 눈이 많이 왔다던데 산채 잘 지키시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