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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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복집
김부회
P형의 주선으로
삼 십여 년 만에 만난 선배와 동기
잠시의 어색함은 이내 사라지고
살아온 이야기와 질곡의 시절이 잘 다듬은 활복이 되어
펄펄 냄비를 끓인다
전철을 타고 오거나
서울 따릉이를 타고 오거나
중형 세단을 타고 오거나, 모두
오가는 길이 다르기에 목적지도 다를 줄 알았는데
도착지는 다 같은 강서 복집
무엇을 했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닌
아무개와 아무개로 활짝 웃을 수 있는 지금,
세월에 묻어온 색감은 모두 회색빛
가족과 가장이라는 무게를
등짐처럼 걸머지고 살다 때론 넘어지기도
때론, 양화대교를 흐르는 까만 강물의 유혹에
나를 던지고 싶었던 한때의 좌절도
다 지나간 일
남은 일은, 이제껏 그런 것처럼 살아가는 일
해야 할 일은 다 한 것 같고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사는 일
보태거나 곱하는 셈법은 버리고
빼는 셈법을 공부하는 일
한참을 웃다 헤어지며
- 자주 보자구
몸에 밴 인사를 나누다 문득
강서 복집, 네온사인이 눈에 멈춘다
등이 따듯한 사람들, 어둠이 덩그러니 남아
냄비의 온기를 더듬고 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그러고 보니 저도 수년만에 만난 친구들이 각자 다른 교통수단으로 혹 걸어서 서로 같은 곳을 향해
다가가고 만났었어요.
시인님 시를 감상하며 문뜩 그런 일도 나에게도 있었다는 게 동감입니다.
어둠이 덩그러니 남아 "냄비의 온기를 더듬고 있다" 좋네요 ㅎㅎ
좋은 시 따듯한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김부회 시인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멀리까지 오셔서....졸글에...과찬을....
감사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시 오랜 만에 시원하게 읽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주말 맞이하십시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임 시인님..봄이 가깝습니다. 건강하자구요..,.감사합니다.^^
이시향님의 댓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졸복회 생각납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졸복회........먹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