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반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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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반 호명
/장 승규
텃새가 호명을 한다
산수유 갓 눈트는 가지, 단상에 서서
출석부도 없이
갯버들 키버들 호랑버들
엘레지 노루귀...
호명은 가나다 순이 아니고, 키 순도 아니다
텃새 마음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부르는 순서는 틀림이 하나 없다
젊어서는 한글도 못 깨쳤다는 동강할미까지
굽은 등을 지고 왔는데
길 잃은 꽃이 올해도 있나 보다
몇몇은 대답이 없다
머언 저 호명
이명은 아닐 테지
이제 돌아가야 할까 보다, 나도
(남아공 서재에서 2023.3.05)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이제 봄이겠다, 그 곳은
호명하는 순서로 꽃들이 모이겠다.
올봄 모임엔
울 동인님들 꼭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저도 개나리 진달래 버들강아지 불러봅니다
저도 시인님 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결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만
텃새에게 호명된 곱디고운 동강할미 대신
소인의 졸글 하나 답글로 남기고 갑니다
동강 할미꽃 1
기우고 기운 무명치마저고리 너무 아파
눈물로 입혀 보낸 삼베치마저고리 싫었던 갑소
걸치신 옷 빛깔 눈부시게 곱네
그러고 보니 까맣게 잊고 살았소, 할메도 여자라는 걸
할메, 할메 울 할메!
훨훨 날아 어디든 가고 싶다더니
어찌하여 은핫물 건너지 못하고 고작 여기래
무엇이 못 미더워,
어느 새끼 눈에 밟혀?
이럴 거면 그 먼 길 가긴 뭐하러 가셨소
다행히, 혼자가 아니라서 좋네
할베 보내신 후 밤마다 굽은 등에 눌어붙던
그 외로움 내 어찌 몰랐으리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노라고
하늘 향해 당당하게 고개 쳐든,
알지요, 책으로 엮으면 몇 권은 족히 될 눈물의
서사, 그러하기에 훨훨 날아 세상 구경이나 다니지 왜 또 여기래
할메! 내 목소리 들리면
나지막이, 즐겨 부르던 ‘정선 아라리’나 한 자락 뽑아 보소
장승규님의 댓글

결례가 될 일이 뭐겠소.
살아 생전 고단한 무명옷 벗어두고
새 삼베옷 입고 가시더니
봄마다 등 굽은 할매로나마 오시니,
얼마나 반갑소.
여기 요하네스버그까지
정선아라리가 들리는 듯하오.
이명은 아닐 거요.
안녕하시지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저의 찌질한 오지랖을 너그러히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히 잘 계시리라 믿고
언젠가 더 늦기 전에 장시인님 계신 곳에 가서
굳샷! 하고 드라이버 맘껏 휘둘러 보고 싶은데
삶이 허락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헛된 바램이 아니길 바래봅니다
다시 뵙는 날까지 강건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