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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쓰는 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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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50회 작성일 23-03-12 05:20

본문

그대에게 쓰는 편지 1

                                             /장 승규



남국

여기는 지금 가을입니다 

이 땅에는 가을이 하도 짧아서

단풍이 있는 듯 없는 듯

가을이 와도, 가을 같지가 않습니다 


가슴에 감나무를 심은 뜻이 

감이겠습니까

딱 한 그루 심었는데요

지난 여름 내린 우박알이 하도 커서 

올해는 나의 뜰에서 그대를 보지 못할까

이 가을이 두렵습니다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여기서 서른다섯 해 


가을이 와도, 온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3.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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