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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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의 노래
/장 승규
앞뜰엔 어스름 녁
늙은 외솔이 제 몸에 나이테를 헨다
오래된 테부터 넘기니
그 달콤한 바람도 한 때
그 예쁜 산새도 한 때
그 나이도 한 때
해마다 살아온 부피는 같아도 행복무게는 각각이다
소나무엔
어느 짐승도 둥지를 틀지 않는다
산새 탓도 바람 탓도 아니다
짐승 같은 나이만 둥지를 틀고 해마다 번식한다
둥지 튼 나이에는 독성이 있다
지난 몇 해
나이를 먹을수록 가는귀가 먹고, 눈이 먼다
생의 낭비인지
눈 먼 나이테는 가볍다
때마침
앞뜰에 외등이 껌벅껌벅 먼 눈을 뜬다
이제 담너머까지 밝아
어스름 세상에서 없는 듯 사는 외등
이 몸에 남은 송진으로
여생은
어둠 밝히는 외등처럼 살아도 좋겠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3. 3.13)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서울 친구 신 병순이
나이의 무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단톡에서 물어와서
한 동안 화두에 빠져있었다.
마침 앞마당 담너머에 노송이 있어서
그 노송에게 물어보았다
한뉘님의 댓글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장승규 시인님^^
남은 송진으로 어둠 밝히는 외등처럼..
결구의 행 잠시 훔쳐 껌뻑거리는 후미진 제
언저리에 잠시 불 밝혀보겠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한뉘님
이번 봄모임에서 뵐게요
김용두님의 댓글

투사 된 소나무를 통해 감동과
교훈을 느끼게 하네요^^
멋진 시 잘 감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