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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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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45회 작성일 23-03-18 15:48

본문

노송의 노래

                                                  /장 승규 



앞뜰엔 어스름 녁 

늙은 외솔이 제 몸에 나이테를 헨다

오래된 테부터 넘기니 

그 달콤한 바람도 한 때

그 예쁜 산새도 한 때

그 나이도 한 때

해마다 살아온 부피는 같아도 행복무게는 각각이다

소나무엔 

어느 짐승도 둥지를 틀지 않는다

산새 탓도 바람 탓도 아니다

짐승 같은 나이만 둥지를 틀고 해마다 번식한다


둥지 튼 나이에는 독성이 있다

지난 몇 해 

나이를 먹을수록 가는귀가 먹고, 눈이 먼다

생의 낭비인지

눈 먼 나이테는 가볍다


때마침 

앞뜰에 외등이 껌벅껌벅 먼 눈을 뜬다

이제 담너머까지 밝아

어스름 세상에서 없는 듯 사는 외등 


이 몸에 남은 송진으로 

여생은

어둠 밝히는 외등처럼 살아도 좋겠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3. 3.13)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울 친구 신 병순이
나이의 무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단톡에서 물어와서
한 동안 화두에 빠져있었다.

마침 앞마당 담너머에 노송이 있어서
그 노송에게 물어보았다

한뉘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장승규 시인님^^
남은 송진으로 어둠 밝히는 외등처럼..
결구의 행 잠시 훔쳐 껌뻑거리는 후미진 제
언저리에 잠시 불 밝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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