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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섭(燮) / 정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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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47회 작성일 23-05-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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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섭(燮) / 정두섭

어머니 금은동 말숙(淑)을 낳고 마침내 섭(燮)을 낳았습니다. 나는 마침내 섭입니다.

金은 소고기 잔뜩 넣은 미역국에 밥 말아 먹은 젖을 먹고, 銀은 조금 섭섭해서 그냥 미역국에 밥 말아먹은 젖을 먹고, 銅은 밥알이 모래알 같아서 억지로 불린 젖을 먹고, 소태 같아 도저히 먹을 수 없는데도 末은 끝까지 젖을 빨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가끔 손님처럼 와서 살림 밑천의 머리를 쓰다듬고 구석구석 뒤져 밑천만 챙겨 떠났다는데, 어머니의 어느 구석을 뒤진 걸까요, 어느 틈에 뒷동산을 엄마 배에 옮겨놓은 걸까요. 갈수록 방이 좁아져서 살림이 주렁주렁 벽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마침내 섭이어서 '빠다와 노른자와 소년중앙'을 비벼 먹었으므로, 기필코 큰일 하는 사나이가 될 줄 알았는데…. 어머니 '간난' 씨의 말 줄임표가 되었습니다. 천애 고아이고 싶었지만 감나무에 합장하는 삭발한 까치이고 싶었지만 "꼭 중 같아요" 배시시 웃는 술잔에 홀라당 빠지는 바람에.

아내가 큰딸을 낳았을 때, 금의는 어디 벗어두고 알몸으로 환향한 '금숙' '은숙' '동숙' '말숙'의 아버지께서 굳이 친손녀의 이름을 받아 적으라고 했습니다.

광자(光子)요?

나는 다만 도리도리 까꿍 했을 뿐인데, 지금 장난해! 이름에 한이 맺힌 '순덕' 씨가 말했습니다. 설마 시아버지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요. 일찍이 아미타불 순덕 씨는 마침내 섭의 로또입니다. 딱 맞을 줄 알았는데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습니다. 이놈의 집구석과 이놈을 버리고 생활 뒤에 전선을 붙이면서 눈 고치고 이름도 고쳐 지금은 할렐루야 '온유' 씨입니다.

 

아무튼 그때 나는 아버지의 심사숙고, 처가가 있는 빛고을 '광자'를 마다하고 '진의(眞疑)'라 이름 지었는데, 의심할 의자를 쓴 것에 대해 오래도록 의심을 받았습니다. 이름만 온유한 아내도 어쩌지 못하는 눈물샘 - 그랑께 '판순' 장모의 통곡 "또 딸이란 말이시, 또 딸이란 말이시" 또 딸을 '무의(無疑)'라 이름하였으므로 마침내 섭의 한풀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합리적 의심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지금은 희망 진의와 사랑 무의를 보살피면서, 금은동 말 누이들의 여전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간난 판순 이쪽저쪽 엄니들과 순덕 아닌 온유 씨와 그럭저럭 잘살고 있습니다. 애걔걔 일지라도 오로지 달랑이고 하나밖에 없는 두 쪽으로.

 

* 사족 : 나 같은 놈 안 낳은 건 천만다행이지만 진의 아닌 '진이'로 들어 "의요 의요 의심할 의요" 매번 귀지를 파줘야 한다고 리사 로제 제니로 바꿀 수 없으니 지수로 개명한다고 하네요. 또 딸 무의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직권 남용이라고 해서 내 눈에 흙이 들어가면 아프다고 했습니다.

 

(이름만 그럴듯한 아버지는 지상의 난봉을 종 치고 지하를 탐닉 중이어서 지금은 같이 살지 않습니다. 뭐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청탁받은 1,430자에 미치지 못해서 8포인트로 덧붙입니다.)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 장난해!
무의는 다만 도리도리 까꿍 했을 뿐인데...

정말 재미있습니다.
감동도 있구요.

시가 참 독특하고 좋습니다.
기다려집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동인방이 너무 잠잠하네요.

무의(無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굳이 시라면 시 같기도 한데
에세이 청탁을 받아서 썼습니다.
있는 그대로
양념 추가

고맙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헐 역시~
저도 얼마 전 형제들 모임에서 지상의 난봉을 종치고 지하를 탐닉 중이신 아버지에 대한
제가 알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노래 가사를 떠 올려봅니다
피로하지 않은 나날들이 되길 바랍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문사에서
(이름만 그럴듯한 아버지는 지상의 난봉을 종 치고 지하를 탐닉 중이어서 지금은 같이 살지 않습니다. 뭐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청탁받은 1,430자에 미치지 못해서 8포인트로 덧붙입니다.)
를 얘기도 없이 빼고 마침표를 물음표로 수정했네요.

한인애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인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와, 정말 재미있고 깊은 사유의 시인 것 같아요.
무의님, 정말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다복한 집안 내력이기도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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