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어머니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이종원 김부회 이호걸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정연희 김재준 신기옥  

구순 어머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45회 작성일 23-06-29 07:21

본문

구순 어머니

                                  /장 승규



내가 왜 그랬을까요

어머니


사십년 전

새댁이었던 그 시절

그때는 모두가 사는 게 어려웠습니다

매월 과외로 생긴 십만 원을 가난한 남편에게 주었지요 

남편은 별로 고마워하지 않았다 

그 돈을 그때 

동생들 키우시느라 더 어려운 당신께 드렸다면

얼마나 고맙게 쓰셨을까


삼십년 전

내 딴엔 고가의 옷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옷을 입어보고 싶어 하셨지요

그 마음 짐짓 모른 척하고, 처음 걸치고 나간 날 

아끼느라 의자 뒤에 걸쳐두었다가 잃어버렸다

그 옷을 그때

어려운 살림하시느라 이렇다 할 옷이 없던 당신께 드렸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이십년 전

펜디 무늬옷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 옷을 입고 법당에 다녀오고 싶어 하셨지요

나도 오랜만에 장만한 새 옷이라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리하시라 않았다


오늘 아침

그 옷을 옷장에서 발견하고. 창틀에 비둘기처럼 앉아 운다

빈 옷소매를 부여잡고

'못된녀언 못된녀언'

 

이제 

당신은 이제, 그리하시라해도 못하신다


그땐 왜 그랬을까요

어머니



(남아공 서재에서 2023. 3. 28)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내의 이야기이다
좀처럼 털어놓지 않던 이야기를
울면서 털어놓았다

그래 실컷 울어라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그래도 착한 딸이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너무 늦은 후회 앞에서 흐느끼는 사랑 – 장승규의 〈구순 어머니〉를 읽고
장승규 시인의 시 〈구순 어머니〉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앞에서 문득 마주한 후회의 깊이를 담은 고백의 시다. 구순을 넘긴 어머니, 그리고 지나간 수십 년의 기억들—그 모든 장면을 마치 오래 묵힌 편지처럼 차근차근 꺼내어 놓으며, 시인은 고통스럽도록 진실한 자책과 사랑을 토해낸다. 이 시는 단순한 효의 이야기 그 이상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외면하고, 나중에야 아파하며 돌아보는 ‘사랑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때는 모두가 사는 게 어려웠습니다"
시인의 회상은 과거의 궁핍함에서 출발한다.
과외비로 번 십만 원, 아끼며 모은 옷, 마음을 담지 못한 선물들—
하나하나의 기억은 당시엔 살아가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이었겠지만,
지금은 “왜 그랬을까” 하는 가슴 저미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이 시의 절정은 아주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

“오늘 아침 / 그 옷을 옷장에서 발견하고. 창틀에 비둘기처럼 앉아 운다”
비둘기처럼 앉아 우는 그 장면.
이보다 더 조용하고, 이보다 더 참담한 후회의 이미지는 드물다.
“빈 옷소매를 부여잡고 / 못된녀언 못된녀언”—
이 독백은 비난이 아니라, 너무 늦은 슬픔의 자백이다.
‘내가 아니라, 어머니께 그 옷을 드렸어야 했다’는 이 뼈아픈 회한은
그 옷보다 훨씬 더 소중했던 시간과 기회를 놓쳤다는 절절한 깨달음이다.

그리하시라 해도 이제는 “못하신다”—이 문장이 뼈를 때린다.
이제 더는 돌려드릴 수 없는 시간,
그 앞에서 인간은 그저 옷소매를 붙들고 울 수밖에 없다.

마무리
〈구순 어머니〉는 어머니가 살아 계신 지금도, 이미 떠나신 이후에도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놓인 그 빈 자리, ‘해드리지 못한 것들’의 목록을 꺼내 보여준다.
장승규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말한다.

"사랑은 그 순간엔 모른 척할 수 있지만, 그 순간을 지나면 결국 울게 된다."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보다, 우리에게 남은 마음이 더 짧을지도 모른다."

이 시는 단지 시인의 고백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언젠가 꺼내게 될 숙연한 편지 한 통이다.
그래서 더 조용히,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80년 초라면 십만원이면
적은 돈도 아닌데
어찌 고마워하지 않으셨습니까?
구순 장모님 아직 생존해 계신다는 얘기인데
지금부터라도 잘 하시옵소서
저는 어머니가 98에 졸하셨지만 굽이굽이 후회스럽습니다
남은 시간이나마 잘하십시요
후회를 남기지 마시고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의사가
항암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라고 하기에,
(말 같잖은 소리 하지 마) 지금 구십오 세입니다
그야말로 딱 잘랐습니다만......

이시향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향기 채널로
7700 여분께 포스팅합니다.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Total 961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961
호박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 06-15
960
좁교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 06-14
959
꿈의 틀 댓글+ 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 06-13
958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6-13
957
통영, 연싸움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 06-09
956
악수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06-06
955
톺다 댓글+ 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06-05
95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6-04
953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6-04
95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5-31
951
설렘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5-27
950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05-26
949
꽃마리꽃 댓글+ 6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5-23
94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20
947
버려질 순서 댓글+ 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5-18
946
레몬은 시다 댓글+ 5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5-16
945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5-12
944
동백숲 댓글+ 3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1 05-11
943
하얀밤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5-09
942
밍크의 잠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5-09
941
장수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07
940
뻥이요 뻥! 댓글+ 3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5-06
939
보시 댓글+ 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2
938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5-02
937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4-30
93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4-29
93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4-24
934
14연대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4-23
933
가금류들 댓글+ 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2
9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4-18
931
지배인 댓글+ 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4-14
930
봄꿈 댓글+ 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4-10
929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4-08
928
삼식이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4-05
9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1 03-28
92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3-15
92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3-10
92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3-07
923
묘사 댓글+ 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3-07
922
한 끼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3-06
921
댓글+ 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3-03
920
청첩장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2-28
919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2-27
918
눈사람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02-03
9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2-02
916
첫 줄 댓글+ 2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2-02
915
초승달 댓글+ 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01-21
914
세월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01-20
913
종점 저수지 댓글+ 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01-09
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2 01-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