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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인력 식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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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22회 작성일 23-06-30 04:09

본문

모란인력 식구 되기 / 정두섭

쫄딱

방을 더 줄일 수 없어 넓히려고 박는 못에

주렁주렁 걸리기 싫어 철없는 못은 운다

세상에 못에 철이 없다니, 잘 못 박고 있는 걸까

인형 뽑기

공중의 크레인이 한 사내 뽑아 든다

가던 눈 멈칫하고 일대가 조용하다

추락과 안착 사이에 모란인력 문이 있다

왕년

공치고 답답한 속 전봇대 아래 한 사발

끝 간 데 없는 한 줄 허공 낮술 취한 까치 까치

앞날이 노랗다 노래, 괜히 맞은 아이 울음

부의

이름 석 자 휘갈겼다가 나도 나를 잘 몰라서

‘모란인력 잡부 정 씨’ 아닌 것만 같아서

‘석남동 잡부 대머리 정 씨’를 공손히 내밀었다

함바

일대의 땟국물들 그림자 벗고 앉아

목덜미 어루핥는 그늘을 여축한다

남기면 벌금 오천 원, 장식은 오직 저뿐



* 정음시조 5호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너무 좋아서
일대가 갑자기 조용합니다.

부의를 무의로 읽을 뻔 했습니다.ㅎ

자주 자주 오이소.
기대됩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는 이래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습니다.
이런 좋은 시를 자주 못 읽는 것이 아쉽네요
가을에는 자주 좀 올려주시면
말라버린 시심의 샘을 파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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