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인력 식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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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인력 식구 되기 / 정두섭
쫄딱
방을 더 줄일 수 없어 넓히려고 박는 못에
주렁주렁 걸리기 싫어 철없는 못은 운다
세상에 못에 철이 없다니, 잘 못 박고 있는 걸까
인형 뽑기
공중의 크레인이 한 사내 뽑아 든다
가던 눈 멈칫하고 일대가 조용하다
추락과 안착 사이에 모란인력 문이 있다
왕년
공치고 답답한 속 전봇대 아래 한 사발
끝 간 데 없는 한 줄 허공 낮술 취한 까치 까치
앞날이 노랗다 노래, 괜히 맞은 아이 울음
부의
이름 석 자 휘갈겼다가 나도 나를 잘 몰라서
‘모란인력 잡부 정 씨’ 아닌 것만 같아서
‘석남동 잡부 대머리 정 씨’를 공손히 내밀었다
함바
일대의 땟국물들 그림자 벗고 앉아
목덜미 어루핥는 그늘을 여축한다
남기면 벌금 오천 원, 장식은 오직 저뿐
* 정음시조 5호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시가 너무 좋아서
일대가 갑자기 조용합니다.
부의를 무의로 읽을 뻔 했습니다.ㅎ
자주 자주 오이소.
기대됩니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고급인력이 잡부라시면 어쩐데요?
읽어 마음이 편합니다.
함바.
7080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시는 이래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습니다.
이런 좋은 시를 자주 못 읽는 것이 아쉽네요
가을에는 자주 좀 올려주시면
말라버린 시심의 샘을 파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