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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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1,784회 작성일 16-02-20 20:15본문
홍시 /
혹시, 혹시나 찾아올까
가까스로 버티는 기다림이 있다
단단한 시절 뒤로하고 말랑해져서
호록, 새의 날갯짓에도 흔들리지만
왕관을 쓰던 꽃 가문, 추락의 결의는 붉다
푸른 날 남들처럼 왜 달지 못하나
떫은 눈치 참아왔는데
이젠 햇살이 버린 찬바람에 줄기가 시리다
물컹해져서, 자식인 양 찾아오는 까치
붉은 살 쪼아대도 묵묵부답
어느 날 꼭지 같은 유품만 덩그러니 남겠지
돌이키면 후회스러운 단단함이었겠는데
오래 사는 게 복인 줄 알았던 거지
관에 들듯 냉동고 들어가면 죽어서라도
한 번 더 세상 구경하려나
쭈그러진 입가로 흐르는 침
젊은 자식은 물컹한 맛이 싫다는 데도
어쩔 수 없어 매달려있다
장수 요양원 뜰로 부는 바람에
기다림 하나 흔들린다
혹시, 올겨울은 넘기려는지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시라 시제를 걸어놓고 원관념에 보조관념을 능청으로
접목한 묘사가 물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홍시는 그 이미지만으로도 척박한 한 시절을 대변하고
자신을 뭉개 달콤한 회억과 과거의 그리움을 소환하지요
혹시, 라고 첫행을 열고 결구를 맺는 텍스트로 그린 그림의 구도도 좋습니다
21행...시의 정석을 읽습니다
처음 내리는 글에 고뇌가 보이지만 그래서 감춘 듯 드러내는 행간에 참 잘했어요! 토닥...토닥...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혹평은 함구로 대신하시고 항상 격려 일변도이신 최정신 시인님에게 머리 조아려 존경을 드립니다. 홍시는 작년 9월 중순에 쓰이고 1차 예선 통과 후 사멸(^^)됩니다. 조경희 시인님이 시를 빨리 올리라고 겁박하셔서 부리나케 가져왔습니다. '아무도 모르게'로 첫선을 보이려다 행여 미숙한 신작 시가 동인의 누가 될까 창작방으로 갔습니다. 따뜻한 격려를 주시니 이제 철퍼덕 주저앉아 볼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香湖님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존심
자식 여우는 날이 내일이라
일찍 누웠더니 외려 말똥말똥 하다
더불어 산 36년, 한 겹 한 겹 가슴 저미다
온새미로 툭 진다
먹먹하다
놓았는 줄 알았는데
여태 놓지 못하고 오래된 동통처럼 끼고 살았다
놓지 못하면 아프다더니
그 아픔, 첫 증상이 이러한가
아리다
꼿꼿하게 고개 세우던
나는 없고
물렁한 통증 위에 얹힌 밤이 하얗다
얘야! 아니?
네가 곧추섰던 내 모가지었다
*'온새미로' 임대료도 안 내고 가져다 되도 않은 글 하나
좋은 글 아래 끼워 놓습니다
덤으로 읽어 달라고 ㅎㅎ 너그러히 봐 주이소
잠이 오지 않아 밤 이슬 밟으러 나왔다가
고실고실 하고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밥 한 술 얻어 먹고 갑니다
자주 배 부르게 하여 주십시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향호 시인님의 큰 경사를 축하합니다. 큰 애를 군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까 어찌나 허전하던지요. 저야 나이 경험으로는 향호 시인님 뒤만 졸졸 따라다녀야 하니까 먼저 대선배의 위용과 경험을 많이 들려주십시오. 다시 한 번 축하를 올립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시에 대한 시는 참 많은데...
고현로님의 홍시는 감각이나 시선이 특별한 ..........
사실 이렇게 관점을 달리해서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일취월장하는 시력을..보여주십니다.^^
동인방에 오셨으니...좀 더....좋은 작품(숨겨둔...)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붉은 살 쪼아대도 묵묵부답
어느 날 꼭지 같은 유품만 덩그러니 남겠지
돌이키면 후회스러운 단단함이었겠는데 ///
이 부분이 제게는 아주 좋게 읽힙니다.
자주 뵈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하, 졸편에도 항상 넉넉한 격려를 주시는 김부회 시인님.
내로라하는 시마을 대선배 시인님들의 격려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
요즘은 무척 행복한 인생입니다.
숨겨둔 것은 없으니까 앞으로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그때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조경희님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양원 뜰에서 홀로 흔들리는 홍시
참 적적하고 외롭겠습니다
ㅎㅎ
멋진 시 하나 올려주시니
이 방이 환합니다
좋은 작품 많이 기대할게요
파이팅!!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격려 감사드립니다, 조경희 시인님.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왕관을 쓰던 꽃 가문, 추락의 결의는 붉다 / 이 문장 압권입니다
새로운 사람이 쓰는 새로운 홍시
이래서 시 읽는 즐거움은 큽니다
자주 좀 올려주세요, 숨겨놓지 마시고,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없어요 없어요 숨겨놓은 게 없어요
다만 쑥스러울 뿐입니담*^^*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인방 첫 시로, 아련한 이 시대의 아픔을 걸어놓으셨습니다
아마도 그 홍시는 쉽게 쪼아버리거나 따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부모의 마음을 한마디로 내건 시제,
요양원에 걸려있는 저마다의 홍시는 쪼아대는 까치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착 감기는 홍시의 맛!!!!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산저기 임기정님의 댓글
산저기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양원
누군가 찾아와 준다는 것
그 또한 빈손으로와도 반갑다는 것
누구가 기다려본 사람은 압니다
남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도
자신의 일처럼 반겨 준다는 것
감
감감무소식
감
출수없는 그리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