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고 내가 없는데
페이지 정보
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407회 작성일 23-08-04 14:22본문
나는 있고 내가 없는데
김부회
간이역의 가락국수와
주전부리 카트를 밀고 다니던 홍익회 아저씨
국밥에 막걸리를 걸친 왁자한 소리들
어느 시절, 아무 역이나 내려 소읍의 풍경에 스며들다
집으로 돌아가기를 되풀이하던
겨울 개찰구
눈발에 젖은 머리를 털며 들어서는 대합실에
쉼표처럼 놓여있는 난롯가
서성거리는 사연들이 불쏘시개가 된 채
추스르다 남은 기다림의 근처에
잠시 머문 여정의 볼을 빨갛게 만들던 온기
혼자 떠나도 여럿이 되는
나의 삼등 완행열차는 이제 없다
별표 전파사가 별 속으로 사라지고
연탄가게가 하나둘 문을 닫도록
간이역에 버리고 간 우산과
내게서 분절된 내가 오랫동안 같이 있다
돌아오는 열차 창밖 어둑한 가로등이
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끝내 피우게 하는
그 기억이 나를 버리고
마른 기침만 속절없이 폐를 찌를 때
그때처럼 눈이 오는데
내게서 표절된 위안을 기다리며
출구를 더듬거리는 차가운 계절의 음습한 온도와
광장을 노려보는 길고양이의 눈이
둥근 삼각형을 만드는 어떤 날
입김 위에 써놓은 내 이름이 흘러내리듯
녹슨 철로 위에 나는 있고
내가 없는데
* 계간 시하늘 2023 가을호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여름의 맛이 완전 소태입니다
슬기롭게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으면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사네요
무관심이 병인 듯 합니다
병을 치료할 씁쓸한 커피 한 잔 언제 같이 하시지요
눈보라치는 간이역에도 따뜻한 커피는 팔겁니다
고맙습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사는 일이 뭔지..뵙지도 못하고
그나저나 동시집 발간 축하드립니다^^
늘 시에 대한 열정이 부럽기만 합니다.
더위에 건강 유의하셔요..형님..
곧 뵐게요
장승규님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나 둘씩
별 속으로 사라져가네요
그것들
오래 기억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이기 들다 보니 하나둘..잊히거나
사라져 갑니다.
안타까운 기억들...
우리 세대도 가고..다음 세대가 중년을 넘어서는데..
더 늦기전에 기억의 편린을 모아
뭔가 써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ㅠ
고맙습니다
건강하셔요
이시향님의 댓글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시의 향기 채널로 7700 여 분께 발송 예약합니다.
https://story.kakao.com/ch/perfumepoem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어쿠..,매번 졸작을....소개해 주시니..
감사하기만 합니다. 부회장님...^^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게서 분절된 내가 오랫동안 같이 있다/
한 줄 한 줄 다가서며 읽어봅니다
입력되는 것보다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나이가 되네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15년 전만 해도 초롱한 눈빛이었는데, 시는 못 써도
열정은 대단했는데
자꾸 잊어 갑니다. 나를.ㅠㅠ
유명 시인과 아침을 먹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감사하고, 건강 기원드립니다. 허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