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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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
땅속으로 뿌리를 내릴 때마다 부활을 꿈꾸었던 말, 푸른 문장을 쏠아 먹었던 교언巧言의 부피는 바닥을 걷는 그의 키 높이 깔창처럼 점점 두꺼워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 공전을 유지하기 위해 홀로 자전 중이라는 궤변을 환還이라 부른다고 했다 밟혀야 일어서는 것들과 일어서야 밟히는 것들은 씨앗이 다른 무리, 바뀐 세상의 병목을 빠져나가야 하는 그들, 들개 떼는 여전히 도시의 기슭을 배회하고 보상받은 다섯 적당의 지폐 다발과 회색 광장의 비둘기가 한 꼬치에 꿰여 구태라는 나들목의 출구에 몰려 있다 낮을 몰아낸 밤이 서둘러 수평 아래 박힌 찌를 물었다 이따금 커지는 키, 수면 위 허공에 챔질 당한 당연이라는 낡은 옷을 걸친 삿된 이념의 당사자, 눈에서 잠시 부재했던 나무다리가, 또각또각 한 치 한 치 땅에 박힐 때마다 훌쩍 흔들리는 몸 기생하는 그림자 그리고 지팡이, 유일한 군림의 상징, 엑스 캘리버*가 툭 부러진 날 “아서 왕‘의 전설은 폐업했다 근원부터 허물어지는 온갖 몰락을 환還이 아닌 속俗이라 부르기로 했다 당위, 그 흔한 매뉴얼을 고졸한 척 완고의 외곽만으로 버티는 당당함이라니, 그는 가고 남은 지팡이는 의지할 곳을 잃었다 전락轉落은 비대면의 등등한 살기가 사그라드는 어떤 날 부연 연기가 되어 제 길을 찾았다
*15 세기 영국의 왕, 전설의 검 엑스 캘리버를 뽑아 왕이 된 신화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23 가을호 발표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꾼"
어렵네요.ㅎ
여긴 이제 봄입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이제 봄....여긴 이제 가을 입니다. 선생님...^^
좀 쉬운 작품을 올릴 것을....
건강 여여하시온지요?
매번 감사하다는 말씀......놓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작품을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