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옆에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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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49회 작성일 23-10-05 12:12본문
원룸 옆에 원룸
김부회
달빛조차 비집고 들어올 창窓 없는 방
싱크대 옆에 변기, 변기 옆에 책상, 책상 옆에 단두대, 아니 단족대
하루를 공친 옆방이 코를 곤다
돌아와야 할 사람과 다시 나가야 할 사람
간밤에 잘린 발목 어림이 도마뱀 꼬리처럼 다시 붙는 새벽
마흔 넘은 아이, 일흔 넘은 아이
전유專有는 그들만의 특권
천형을 짊어진 도비왈라*의 어깨는 바지랑대에 걸린 나일론 셔츠처럼 질기다
이 벌집의 네모반듯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 속에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대물림된 가난이
배송된 날로부터
네모는 키 낮은 책상, 다리조차 못 펼 밥상, 무릎까지만 허용하는
부재의 기도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수만 번을 낙방한 그가 소리 없이 울었다
어머니가 들으면 안 되는 울음
기린 새끼의 접힌 다리를 다신 못 펴는 소릴 조련사가 보면 안 된다
조련사가 침대를 무자비하게 내다 버린 날
하얀 천으로 덮인 옆방을 본 트라우마가 있다
간밤, 그가 내민 정답지에는 꾹꾹 눌러쓴 흔적이 또렷한 공백만 꽉 차 있다
‘하필, 재수 업게스리!’
골목에 네모난 전단이 붙었다
‘투숙객 구함, 화장실, 싱크대, 책상, 침대 완벽 구비 초 저렴’
나일론 민소매를 걸친 전사戰士가 냉큼 떼어갔다
수인번호를
어깨 위에 코끼리 하나쯤은 매달고 사는 나와 너와,
* 인도의 천민 계급 중 하나, 빨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 도둑이 잡아 온 사람의 다리를 철 침대에 맞춰 잘라냈다고 하는 그리스 신화
(계간 생명과 문학 2023 겨울 호 )
댓글목록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이 빠져 사람이 달리 보입니다.
보기 좋다 해야 할지, 건강을 걱정해야 할지.
건강을 나름 잘 지키리라 믿고 핸섬해 보인다에 동그라미 칩니다.
언제 봐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형님..^^ 거듭 백교문학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열정이 참으로 귀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핸섬...하고는 거리가 먼...보정 작업의 결과일 뿐 입니다.^^
좋은 작품 매번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구요...10월에 뵙겠네요.